폭설과 강추위가 이어졌던 동계올림픽이 끝나자 곧바로 봄이 온 듯하다. 그 사이 졸업식이 이어지고 새 학기가 시작되고 분주하다.

겨울내 입었던 옷들을 손질하고 내년을 기약하고 봄볕에 적합한 옷을 꺼내어 다시금 살펴본다. 주위의 혼란스런 옷맵시로 봄과 겨울이 섞이듯 나 혼자 앞서서 봄을 재촉하는 것은 아닌지 주변을 살핀다.

지난달 영화 ‘1987’을 보았다. 영화를 보면서 그 시대를 살아갔던 주역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다시금 돌이켜보면 울분과 안타까움이 있었겠지만 그 당시의 자부심만은 여전하리라.

필자에게도 복잡한 마음이 교차했다. 괜히 보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것은 추억으로 간직하기엔 몇몇 이름 있는 주역을 제외하고 대다수의 이름 없는 아픈 기억을 되살려야 했기 때문이었다. 여전히 당시를 방관했던 또래들이 지금도 정치와 경제와 권력의 사회에서 주류로 살고 있기에 마음은 더욱 심란하다.

그 당시 민주사회를 위한 함성을 보태지 아니한 자가 없다고는 하지만 대다수의 시민들은 보통사회의 보통시민으로서 그 시대를 평범하게 살아왔고, 최근까지 이어져 온 소수의 부패 주류에게 항거하며 지난해에도 촛불민심은 다시 일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촛불민심 덕분에 부패한 주류의 퇴장이 일어날 수 있었고, 좀 더 깨끗하고 밝은 미래를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우리 치과계 일들이 공사다망하게 전개되고 있어 이를 바라보는 안타까운 시각들이 많다. 문자투표 논란으로 전대미문의 협회장 선거결과가 무효로 판정되면서, 혼란과 격변기를 겪고 있다.

잘못된 선거관리라면 다시 뽑으면 되겠지만 그 사이 치과계는 행정력과 시간 소모가 발생했고, 더욱이 무책임과 내부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작금의 상황이 심히 우려된다. 물론 미래를 바라보는 올바르고 깨끗한 행정의 재정립이 법률에 맞게 교육받을 기회일 것이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민주화과정에 이름 없는 희생들이 미래를 기약했듯이 누군가의 모임들이 의(義)를 모아 추진할 때 그 사회는 발전할 수 있고 이러한 발전이 있어왔기에 지금 우리는 민주주의 열매를 향유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더불어 치위생계에서도 부정선거 논란과 사상 초유의 사퇴까지 벌어졌다.

왜 이렇게 갈수록 개인 혹은 집단 상호 간 신뢰보다 자신의 명예와 정치권력에만 매달릴까? 전문가 집단인 치과계 내부사회 문제마저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비전문가에게 의를 대신하여 법의 결정만을 의존하게 되고 스스로 일어서지 못하고 제3자의 판단을 따라야 하는 성숙하지 못한 그룹으로 자꾸만 전락하는 것일까?

지금 현 시점에서 치과계 기회비용의 상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비록 사회가 많이 변했다하더라도 타 집단에서 치과계를 바라보는 모습은 여전히 지식이 충만하고 전문적이며 존경받는 그룹에 포함된다. 그 이유는 중고등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직업 대상이며, 자녀들이 자신의 과업을 이어주길 희망하는 치과의사들이 다수라는 사실에서 느낄 수 있다.

즉 스스로를 극복할 줄 아는 치과의사 자체가 자신의 분야에서 이미 명예로움의 정점이 있는 것이다. 바로 그것이 전문가의 자부심이다. 그러나 아직 치과계에는 우리를 미래로 이끌어 갈 대인배를 보지 못했다.

여전히 치과계 소사회 내부를 호령하는 몇몇의 주류들은 자신만이 옳고, 자신만이 할 수 있다는 모습들이 산재하다. 자신을 좀 더 객관화하여 제시해 본다면 그 평가는 바로 나올 텐데, 그 소인배들의 명예욕들은 끊임없는 것 같다.

요즘 봄추위가 장독을 깬다는 옛말에 실감을 느낀다.

아직 겨울이 끝나지 않은 탓이다. 침묵하는 다수의 보이지 않는 회원 치과의사들은 치과계의 봄날을 기다리고 있다. 후학들을 가르치는 것을 명예로 삼고 있는 자로서 필자도 점점 기성세대로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따뜻한 봄날을 기대하는 마음과 봄처럼 피어나는 인생의 3막을 재촉하는 봄날을 기대하는 마음은 변함없다.

 

 

박용덕 교수는 경희대학교 치의학박사를 거쳐 경희대학교 교수와 식약처중앙약사심의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조선대학교치과대학 부속병원 예방치과에 재직 중이다. 대한구강보건협회부회장과 법원전문심리위원, 신의료기술평가위원, 보건복지인력개발원 해외환자 유치프로그램자문위원장, 대한미래융합학회초대회장, JTBC 공정방송위원회, 심평원 의료행위평가위원과 제14대 아시아예방치과학회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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