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믿는 힘이 운명까지 바꿔

지난 7일은 절기상 대설이다. 때는 어찌 알고 전국을 눈예보를 남기며, 기가 막힌 조상들의 지혜와 경험을 과학화하여 일궈낸 자연의 섭리에 감탄하게 된다. 결코 있을 수 없는 전쟁분위기로 무척 수상한 시기이기도 하다.

3주 전쯤 일촉즉발의 판문점인 공동경비구역에서 국제사회에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사선을 넘기 전부터 줄곧 한가지 희망만으로 운전 중이던 젊은 병사의 쉼없는 질주장면이 여전히 가슴을 몽클하게 했다.

 

가을걷이가 끝나고 인적도 없는 황량한 도로가에 줄지어 선 빼곡한 가로수들만이 마치 그를 엄호하고 환영하듯 열병식을 선물하며 자랑스러운 권리를 찾으러 떠나온 그의 행렬은 무척 당당한 진군이었다. 다리를 건너기전에 초소를 거침없이 통과하며, 뒤따라 붙은 초소병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리를 건너분계선에 다다랐다. 코앞에 경계초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선한 발 앞에서 차의 움직임은 걸림턱으로 헛돌며 서 있을 때, 사방의 경계병들이 몰려들었다. 그 순간영화를 감상했던 우리 관객들은 어떠했을까?

 

그리고 영화 속 그는 그 순간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이대로 포기하고 살 수 있는 변명을 한순간이라도 생각했을까? 아니면 변함없는 결단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을까?

우리가 보는 결론은 현재 그가 무사히 우리 품에 있다는 결과를 가지고 생각하지만, 그 당시 영화속한장면의 병사에게는 그 짧은 순간에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남겨질 가족 생각, 혹시 모를 한국사회의 허망한 동경, 처음부터 그러했겠지만 실패와 성공을 떠나 목숨을 건 도박등 흔들림은 없었을까? 결국, 목숨이라는 도박을 걸었고, 몰려든 병사들을 눈앞에 두고, 사선으로 향하며, 뛰쳐 달려 갔다.

이런 결정은 한국사회를 본적도 없고, 경험하지 않았으면서도 풍문으로 들었을 간접경험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 전제가 돼야한다.

그 이후 추격꾼에 의해 그는 수발에 총을 맞은 채로, 용기와 결단의 힘으로 사선을 건너 그들을 뿌리쳤지만, 자유의 땅 담장너머에 이르러 쓰러졌다. 그는 담당의사의 표현처럼 총상으로 누더기가 된 채로 죽어가고 있었다. 영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또 하나의 휴먼스토리로 연결된다. 그를 구조하는 병사들과 만신창이가 된 그를 혼신의 힘으로 살려낸 의사들의 열정이 결국 그를 자유한국으로 보상받게 한 것이다.

필자는 너무도 감동스러워서 오랫동안 드라마같은 현실을 간직하고 싶어 관련동영상을 다운받았다. 그리고 내 인생에서 즐겁거나 힘든 시기에 틈틈이 반복해서 볼 계획이다. 운명을 스스로 만든 젊은 병사에게는 한국에서 건강하고, 오랫동안 자유를 만끽하면서 살아 갈 권리가 주어지게 된다. 이제 우리는 그를 맞이할 준비도 해야 한다.

우리사회에서 실망하지 않도록, 그의 믿음을 만들어 냈던 기대에 찬 모습들을 보여줘야 한다. 자연스러운 모습 속에 그도 우리를 닮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적응하고 우리와 함께하게 될 것이다. 병사처럼 운명은 만들어가는 것이다. 내 아이들에게도 여러가지 얘깃거리가 생겼다.

민족상잔,판문점,자유한국, 의술 그리고 용기와 운명등을 주제어로 생각하면서 아이들과 토론하면서 스스로의 생각과 공부할 기회를 주고 싶다. 젊은 병사가 왜 그러한 선택을 했는지 묻지 말자. 다른 변명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오늘은 그 과정만 보고 싶다.

그 속에서 우리가 놓친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싶다. 이 세상에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도 있다. 바로 자신에 대한 믿음. 이것은 운명도 바꿀 수 있는 위대함을 가졌다.

 

박용덕 교수는 경희대학교 치의학박사를 거쳐 경희대학교 교수와 식약처중앙약사심의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조선대학교치과대학 부속병원예방치과에 재직 중이다. 대한구강보건협회부회장과 법원전문심리위원,신의료기술평가위원, 보건복지인력개발원 해외환자 유치프로그램자문위원장, 대한미래융합학회초대회장, JTbC 공정방송위원회,심평원 의료행위평가위원과 제14대 아시아예방치과학회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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