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 이어

영국은 1948년 전 국민에게 전반적인 무료 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보건서비스 (NH S:National Health Service)가 시작되었고,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의료서비스가 분배되는 미국에서도 건강유지조직(Health Maintenan ce Organization)이 환자를 대신해 치료비를 지불하는 체계가 도입된다.

우리나라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의료보험이 실시됨으로써 치료비의 일부를 환자가 아닌 제3자가 지불하는 방식이 정착된 지 오래다. 진료비를 지불하는 제3자(영국의 경우는 국가, 미국의 경우는 HMO, 한국의 경우는 건강보험공단)는 진료비 지불을 무기로 의 료서비스 제공자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고 의료인의 자율적통제권은 크게 제한된다.

셋째, 의학 자체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예전 같지 않다. 각종 감염성 질병의 치료에서는 엄청나게 성공한 현대의학이 현대인의 주요 질병인 만성병에서는 그다지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지 못함으로써 사람들은 각종 대체 의학에 눈을 돌린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그동안 사용되던 여러 치료술식의 결과가 한결같지 않음에 주목하게 되었고 통상적 치료 술식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자하는 소위 증거기반 의학 (Evidence-Based-Medicine)과 증거기반 치의학(Evidence-Based-Dentistry) 운동이 일어난다. 이것은 의료인이 사용할 수 있는 치료방법 에 일정한 제한을 가하는 것으로써 전통적으로 그들에게 부여되었던 자율적 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넷째, 전통적으로 의료인이 독점해 오던 의 학지식이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대중에 게 개방되고 있다. 이제 환자들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인터넷을 통해 자기가 앓고 있는 병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것은 의학지식을 독점함으로써 그 권위를 인정받았던 전통적 의료전문직에게는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다섯째, WTO 체제가 출범함으로써 의료 서비스 시장에서 국경이 사라지고 있다. 이것은 의료전문직 뿐만 아니라 국가마저도 국내 의 의료서비스 시장을 통제하기가 점차 어려워질 것이란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아직은 현실로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어쨌든 시장의 힘이 의료인의 자율적 통제를 대신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임에는 틀림없다. 이상과 같은 상황의 변화는 하나같이 전통적 의료전문직의 권위를 위협하는 것들이다.

 

강신익 교수는 서울대학교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제대학교 의과대학교수를 거쳐 강신익 치과를 개원했었다. 다시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치과과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부산대학교 치과대학 교수로 재직중이다. 주요저서로는 『의학오디세이(역사비평,2007)』,『철학으로 과학하라(웅진,2008)』, 번역서로서는 『환자 와의사의인간학(장락)』,『사화와치의학 (한울,1994)』등이 있다.

저작권자 © 덴탈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