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

물론, 전문직이 추구하는 가치가 모두 일률적으로 같아야할 필요는 없다. 같은 전문직 집단 안에서도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강조점이 달라질 수도 있다. 예컨대, 기독교 의사들의 모임인 누가회의 윤리강령은 의사 전체를 대표하는 대한의사 협회의 윤리강령보다 훨씬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다.

또, 분쟁지역에서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큰 활약을 보이고 있는 ‛국경없는 의사회’나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바 있는 ‛핵전쟁방지를 위한 국제의사회: IPPNW’는 세계의사회가 추구하는 가치를 공유하면서도 훨씬 더 적극 적인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글에서 말하는 의료인의 전문직 윤리는 의료인이라면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가치를 추구하면서, 그가 속한 사회의 요구와 여건을 수용 또는 실현할 수 있는 공통의 규범을 어떻게 도출할 수 있는가에 관심을 가진다.

예컨대, 한국사회의 치과전문직윤리라고 하면, 치과전문직으로서 마땅히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 (인류의 복지를 위한 봉사, 국민 구강건강의 유지 증진, 환자의 복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진료행위 등)와 사회가 부여하는 제한조건 (최선의 진료를 방해할 수도 있는 국민건강보험이라는 제도적 장치, 비용절감의 압박 등)을 어떻게 조화시켜서 이를 치과의사의 행위규범으로 정식화할 수 있는가에 주로 관심을 가진다.

다시 말하면, 전문직 윤리는 의료윤리와 생 명윤리를 주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필요한 전문가 집단의 행위 규범을 다룬다. 의료윤리가 의료현장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상적이고 실무적인 사안들의 개별적 사례를 주로 다룬다면, 전문직 윤리는 의료전문인이 사회와 맺고 있는 관계를 중심으로 생각한다.

 

다음 호에 계속

 

강신익 교수는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를 거쳐 강신익치과를 개원했었다. 다시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치과과장을 임하고 현재는 부산대학교 치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저서로는 『의학 오디세이(역사비평, 2007)』, 『철학으로 과학하라(웅진, 2008)』, 번역서로서는 『환자와 의사의 인간학(장락)』, 『사화와 치의학(한울, 199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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