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

언론도 국민도 자신들이 이 사태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는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으므로 당사자들을 도덕의 잣대로 준엄하게 꾸짖기만 하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2000년도 더 된 옛날에 노예제 사회인 고대 그리스에서 만들어진 이 선서가 지금 한국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따져보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준수를 강요하는 것은 어딘가 모순이 있어 보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떤 한 집단에게만 도덕적 탁월성과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공정치 않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 공생의 윤리

도덕주의적 윤리는 선험적으로 주어진 도덕원리에 따라 행동할 것을 강제하거나 앞으로 있을 이상사회를 위해 헌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양성과 복잡성을 그 주요 특징으로 하는 현대사회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도덕주의 윤리는 사람들 간의 상호관계 보다는 개인이나 집단의 도덕적 특성만을 강조하므로 역동적 사회에 적용하기에 부적합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사회 전체가 동의할 수 있는 어떤 윤리의 기준이 필요하다.이렇게 공동의 선(善)을 지향한 상호적 윤리사상을 우리는 공생의 윤리라 부를 수 있다. 선험적으로 주어진 의무라는 식으로 어느 일방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지도(도덕주의) 않지만, 의료라는 공공의 서비스를 담당하는 전문인이, 어렵게 습득한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공공의 이익이 아닌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방치(자유주의)하지도 않는, 그런 윤리사상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대략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며, 그 사회에서 의료인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의 사회적 성격 또한 명확히 규정되어야 한다. 그런 연후에라야 사회 일반이 의료전문인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고 그들에게 어떤 권한을 부여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3. 치과의사의 정체성과 윤리

지금까지 2000년에 있었던 의료대란을 소재로 의사의 윤리적 상황을 점검해 보았다. 이제부터는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치과의사의 윤리를 어떻게 바로 세울 수 있을지에 대해 살펴본다.
먼저 치과의사의 직무를 어떻게 규정할지에 대해 알아보고, 빠른 속도로 변해가는 사회 환경 속에서 치과의사의 역할과 윤리는 어떻게 변해갈지에 대해 알아본다.

가. 치과의사 직무의 성격 : 직업과 전문직

1절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국의 치과의사는 주체적 직업전문화 과정(professionalization)을 경험하지 못했다.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의, 그리고 해방 이후에는 미국의 치의학과 그 제도가 일방적으로 이식되었을 뿐이다.

 

강신익 교수는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를 거쳐 강신익치과를 개원했었다. 다시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치과과장을 임하고 현재는 부산대학교 치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저서로는 『의학 오디세이(역사비평, 2007)』, 『철학으로 과학하라(웅진, 2008)』, 번역서로서는 『환자와 의사의 인간학(장락)』, 『사화와 치의학(한울, 199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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