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 이어

국민들이 그들의 행동을, 더 많은 것을 얻어내려는 이기적 행동으로 보기 때문이다.
설사 자신의 행동이 절대 이기적 행동이 아니라고 믿었다 하더라도 그러한 자기들의 입장을 대중에게 설득하는 데에 실패함으로써 국민건강을 지키는 전문인으로서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은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고 본다. 바로 이 점이 이번 사태를 윤리적으로 분석해 보아야 할 이유이고 치과의사들이 교훈을 얻어야 할 중요한 사항이다.

 

나. 의사들의 입장 : 자유주의적 윤리
이상 의료대란의 원인을 개괄적으로 정리해 보았다. 구체적인 부분에서는 다소 이견이 있을지 모르지만 대체적으로는 합의할 수 있는 수준의 설명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제시하는 해결책이 이해관계에 따라, 또는 이념적 성향에 따라 전혀 다르다는 데 있다. 의사들은 주로 국가의 간섭을 배제하고 의료서비스의 수요와 공급을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는 자유주의적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들은 의료보장이라는 사회권적 기본권을 강조하는 논리를 ‘보건학적 의료체계론’이라 규정하고 이를 ‘천박한 사회주의적 의료개혁론’이라고 매도하면서, 자유권적 기본권을 중시하는 법사회학적 의료체계론을 주장한다.

이 논리에 따르면, 국가가 급여의 종류와 그 수가를 통제하는 의료보험제도 자체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여 자유계약의 형태로 바꾸어야만 한다.

의약분업은 의사가 반대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미 자유계약이 아니기 때문에 실시되어서는 안 된다.

그들도 공공의료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대체로 동의한다. 하지만, 의사들에 대한 비난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의료의 공공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들의 비리에 대한 고발이 아니라 공적 의료에 대한 국민의 책임을 일깨우는 것이다”라고 주장함으로써 책임을 피해 간다.

이 말은, 공적 의료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의사가 거기에 협력하고 봉사해야 할 의무는 없다는 말이다. 공적 부문이든 사적 부문이든 의사는 월급을 많이 주는 곳으로 가게 마련이니 국가와 국민은 좋은 의사를 확보하기위한 재원이나 충분히 확보해 두라는 충고이기도 하다.

이것은 자신에게 돌아오는 비난에 대해서는 제도의 탓으로 돌리면서도 그 제도를 개혁하는데 소요되는 희생과 봉사는 사양하겠다는 논리이다. 이러한 논리는 이 사태를 바라보는 일부 사회학자에게서도 그대로 발견된다.

즉, “잘못의 근원은 이미 1976년 의료보험이 시작될 당시 의사들의 어정쩡한 대처방식에 있 었으며, 그 동안 문제의 핵심을 정면으로 돌파하지 않고 비합법적 방식으로 우회했던 죄가를 어쨌든 치러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의사들이 처한 ‘현실’이 누락되어 있다는 모호한 말로, 그리고 전문직의 권리는 “개인적 전유물이 아니라 사회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의사들이 전문성을 발휘할만큼 제도적 보장”을 해주지 못했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준다.

 

강신익 교수는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를 거쳐 강신익치과를 개원했었다. 다시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치과과장을 임하고 현재는 부산대학교 치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저서로는 『의학 오디세이(역사비평, 2007)』, 『철학으로 과학하라(웅진, 2008)』, 번역서로서는 『환자와 의사의 인간학(장락)』, 『사화와 치의학(한울, 1994)』 등이 있다.

저작권자 © 덴탈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