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우리에게 필요한 건 정치 엘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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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2.04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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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를 보면서

* 이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편집자 주)

글_ 박기헌 (박기헌치과) 원장

호빠, 비아그라, 프로포폴! 우주의 기운을 모은 청화대의 3차원 스펙터클로 국민들은 당혹스럽고 참담하다. 배우 이병헌 말대로 현실이 영화를 가볍게 눌렀다.

어려운 시절 도와주었다는 이유로 대통령은 사적으로 권력을 행사한 것으로 백일하에 드러났다. 심지어 대통령은 할 수 있는 말과 없는 말을 구별하지 못하고 퇴행적 자폐증상을 보이고 있다. 검찰, 언론, 정당 모두 퇴행적이며 신비주의대통령 만들기, 보호하기로 민주주의는 다시 크게 후퇴했다. 역사가 뒤로 갈 때, 그 사이 배제되고 비축된 욕망들은 언제든 다시 돌아온다.

이에 반해 국민들은 다시 촛불을 들었다. <하야그라>, <하야 체조>등 주체가 없는 다중과 함께 포스트 모던적 패러디가 난무하고 있다. 촛불이 다중(multitude)인지 대중(mass)인지 논란이 있다. 대중이 엘리트와 대립하는 자율성 없는 집단이라면 다중은 수평적이며 자율적이고 하나의 동일성으로 환원 될 수 없는 역동적 개인들의 집합이다.

이런 면에서 촛불은 <다중>에 가깝다. 처음 시작 된 불꽃은 효선, 미선양 추모 불꽃이었다. “죽은 이의 영혼은 반딧불이 된다고 합니다. 광화문을 우리의 영혼으로 채웁시다.”

평범한 학원 강사 앙마, 김기호(31)씨의 제안은 인터넷을 타고 순식간에 퍼져 촛불 바다로 이어졌다. <미군재판 전면 무효>, <SOFA 전면개정> 등을 촉구 했다. 모택동은 총구가 권력이라 했지만, 한나 아렌트는 공통감각에 기초한 이런 공동행위가 진정한 권력이라 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항의 표시로 다시 촛불을 밝혔고, 촛불은 점점 하나의 정형으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8년 촛불은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굴욕적 협상에 대한 항의였다.유사과학, 오역으로 대중을 현혹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지만, 촛불은 진화했고 명확한 지도부 없이 자기조직화 되어갔다. 경찰의 집회 주모자 사법처리 방침에 <내가 주모자>,<대대적 자수모임>등으로 대응했다. 주체가 없으니 주범도 없었다.

차이를 인정하는 각기 다른 집단, 다중심과 끝없는 중심이동, 탈주와 생성은 막을 수 없고 역동적이었다. 확성기를 들고 시위를 주도하려는 순간 격렬한 비난을 받는다. 다중들은 계몽을 싫어한다. 키워드는 독립성, 자율성, 불확실성, 우연성, 무질서, 다양화, 유기적 자기조직화, 패러디, 풍자다.

광우병 촛불 집회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정부 논리에 대항하는 대항전문가들의 연대다. 시민/전문가, 자연과학/사회과학의 통섭이다. 정책 입안자들도 이제 실증적 논리가 아니면 비켜 나갈 수 없다. 굴지의 대항 전문가들 문장은 명쾌하고 민첩하며 대중의 언어로 번역된다. 정부, 보수 언론보다 사실상 지적 우월성을 유지했다.

우석균 실장은 대항 전문가 역할 이외에, 청계광장에서 <의료 영리화>에 대해 토론하며 다중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민변 변호사들은 야간집회, 집시법 위반에 대해 헌법 불합치를 이루어 냈다. 개인 방송도 등장했다. 개인방송 접속수가 공중파를 능가했다.

발터 벤야민이 그토록 원했던 미디어 민주주의다. 2016년 촛불시위는 청와대 심장부를 정조준 했다. <대통령 하야!>다. 1500여 개 시민단체가 연대하고 있지만 주체는 역시 다중이다.

백무산의 시 <<촛불시위>>는 특징을 잘 노래하고 있다. <하나의 불꽃에서 수많은 불꽃이 옮겨 붙는다. 누가 중심인지 알 수가 없다. 알 필요도 없어졌다. 중심은 처음부터 무수하다.> 탑 뮤지컬 배우들이 레미제라블 <민중의 노래>를 부르며 촛불을 옮겨주는 감동을 연출하고 있고, 한 쪽에서는 경찰과 대치하고, 옆 한무리는 비폭력을 외치고 있다. 정치적인 것의 비정치화, 비정치적인 것의 정치화다. 일간지 사설들에서는 구체제(앙시앙 레짐)청산, 촛불혁명, 새로운 나라, 직접 민주주의 등 유토피아적 언어가 난무하다.

6.8, 프랑스 혁명을 연상케 한다. <민주주의>, <새로운 나라>는 있는 것이 아니라 다가오는 것이다. 미끄러지면서도 끊임없이 다가가는 것이다.

그래서 실천적인 것이면서도 지혜가 필요하며 촛불너머를 끊임없이 사유해야 하는 형이상학적인 것이다. 최장집은 민주화이 후 민주주의의 질이 더 나빠졌다고 한다. 대의민주주의 실종, 대통령 만들기 사당화, 줄서기, 창당, 해체 반복, 재벌과 연합, 탈냉전 이후에도 별로 달라지지 않는 색깔 논쟁, 협소한 이념 등이다.

지금도 또, 대통령 만들기, 줄서기를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 얼마나 더 촛불을 들어야 하는가?! 이성복 시인이 <<그날>>에서 절규하듯 모두가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촛불집회는 대안형성이 어렵고, 정책마다 거리로 나갈 수 없다.

마지막 실질적 변화는 결국 정당, 정치권이 해야 한다. 서희경은 <<대한민국 헌법의 탄생>>에서 제왕적 대통령제의 탄생 배경을 말한다.

이승만은 절대적 대통령 후보였고 건국기에 신속하고 효율적인 정치권력이 필요했다. 대통령의 권한은 너무 비대했지만, 정부수립 지연은 더 큰 문제였기 때문에, 시간제약으로 수정안은 철회됐다.

1987년 노태우 대통령 5년 단임제 6공화국 개헌 때도 대통령 권한이 너무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유승민 의원이 처리하려 했던 국회법 개정안도 3권 분립에 입각해서 대통령 권한 견제하려 했던 것이다.

대통령령으로 잘못 운영되는 입법에 대해 국회가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사실상 개헌의 준비작업이었다. <제왕적 대통령제 개선>은 한 목소리지만 권력구조에는 백가쟁명이다. 민주주의의 본질인 견제와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새로운 제도, 정치엘리트가 이제는 정말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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