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I. 고려시대의 회화


1. 개관
고려시대(918~1392)에 이르러 회화는 더욱 다양성을 띠며 발전하게 됐다. 이 시대에는 실용적 기능을 지닌 작품들 뿐만 아니라 순수한 여기(餘技)와 감상의 대상이 되는 작품들이 함께 활발히 제작됐다. 또한 그림을 전문으로 하던 화원(畫員)들 이외에도 다수의 왕공사대부와 승려들이 그림을 즐겨 그리고 완성하고 수집했던 것이다. 

그림❶ 어제비장전의 판화, 고려, 11세기, 서울 성암고서박물관 소장

이렇듯 고려시대의 회화는 화원, 왕공사대부, 승려 등 세 부류의 화가들에 의해 활발하게 전개됐던 것이다.
화원을 양성하고 회사(繪事)를 관장했던 곳으로 믿어지는 도화원이 설립됐던 사실도 매우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그림의 소재도 전대(前代)에 비하면 훨씬 다양해져서 인물, 초상, 산수, 영모, 화조, 궁중누각, 묵죽, 묵매, 묵란, 그리고 기록화적인 성격을 띤 기노회도(耆老會圖) 등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 걸친 일반회화가 제작됐다.

그림❷어제비장전의 판화, 고려 11세기 ,서울성암고서박물관 소장
그림❷어제비장전의 판화, 고려 11세기 ,서울성암고서박물관 소장

초상화에서는 제왕, 공신, 기타 사대부들의 초상이 매우 빈번하게 그려졌고 특히 제왕의 진영을 모시는 진전(眞殿)의 발달은 더욱 괄목할 만한 것이었다.산수화도 활발하게 제작됐는데, 특히 우리나라에 실제로 존재하는 경치를 대상으로 그리는 실경산수화가 태동됐던 것이 주목된다.

그림❸ 지장보살도, 노영, 고려, 1307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그림❸ 지장보살도, 노영, 고려, 1307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고려시대의 가장 대표적인 화원으로 인종조(1122~1146)에 활약했던 이녕이 「예성강도」와 「천수사 남문도」를 그렸던 사실이나 그 밖에도 작자 미상의 「진영 산수도」, 「송도 팔경도」등이 그려졌던 사실 등은 바로 실경산수화의 태동을 말해 주는 것이라 하겠다. 

비록 이것이 조선왕조 후기의 정선(1676~1759) 일파의 진경산수와 양식적인 면에서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고 하더라도 회화사상 차지하는 의의는 매우 큰 것이다.그리고 묵죽, 묵매, 묵란 등의 문인화가 사대부 화가들과 선승 화가들에 의해 활발히 제작됐던 것도 전시대에서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고려시대에는 이러한 일반회화뿐만 아니라 불교, 유교, 도교 등의 종교화도 크게 발전했다. 특히 불교회화는 매우 정교하고 화려해 청자와 함께 이 시대 미술의 경향을 잘 대변해 준다고 볼 수 있다. 중국회화와의 교섭도 활발해 송(宋)·원(元)을 비롯한 중국 역대의 화적(畵跡)이 다수 전래됐고 또 적지 않은 수량의 고려 그림이 중국에 전해지게 됐다. 

이러한 교섭을 통해 고려의 회화는 더욱 활력있는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으로 믿어진다.그러나 고려시대의 일반회화는 문헌에 보이는 바와는 달리 남아있는 작품이 너무나 희소해 양식의 특색과 변천 등에 관해 구체적이고도 명확한 파악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림❹ 기마도강도, 이제현, 고려, 14세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그림❹ 기마도강도, 이제현, 고려, 14세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다만 13세기 전후해 제작된 고려시대의 불교회화만은 일본에 전해지고 있는 다수의 작품들에 의거해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하다.

그림❺ 수렵도, 공민왕, 고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그림❺ 수렵도, 공민왕, 고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지금 국내에 전해지고 있는 작품으로서 고려시대 산수화 양식을 어느 정도 짐작케 해 주는 것은 성암고서박물관 소장의 어제비장전(御製秘藏詮) 6권의 판화(그림 1, 2),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노영이 그린 흑칠금니소병(黑漆金泥小屛의 「지장보살도」(그림 3), 이제현(1287~1367)의 「기마도강도」(그림 4), 공민왕(1330~1374)이 그린 것으로 전해지는 「수렵도」 잔결(殘缺)(그림 5)이 있다.

또, 이 시대의 초상화나 인물화를 파악하는데 다소 도움이 되는 작품으로는 「안향 초상화」(그림 6), 경기도 개풍군 수락암동 제1호분에 그려진 십이지신상(그림 7) 등이 알려져 있다. 이 밖에 경상남도 거창군 대하면 둔마리 벽화고분에 그려진 「주악천녀도」도 알려져 있으나 수법이 치졸해 당시의 회화의 주류를 보여준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국내에 전해지는 작품들 이외에 일본에는 고려시대의 또 다른 어제비장전의 판화, 고연휘의 작품이라고 전해지는 「하경산수도」 및 「동경산수도」의 쌍폭(雙幅), 해애라는 화가가 그린 「세한삼우도」 등이 고려시대 그림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 국내외에 전해지고 있는 이 작품들은 대부분 13세기 이후 즉, 고려시대 후기의 것들이며 그 이전의 고려 초기의 것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다음 호에 계속)

 

그림❻ 안향 초상, 고려, 1318년, 순여소수서원 소장
그림❻ 안향 초상, 고려, 1318년, 순여소수서원 소장
그림❼ 수락암동 제1호분 십이지신상 中 辰像, 고려
그림❼ 수락암동 제1호분 십이지신상 中 辰像,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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