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장 “도덕적 갈등, 후기” 첫 번째 시간입니다. 7장에서는 ‘의료현장에서 의사가 겪는 도덕적 갈등에 철학은 아무 도움이 안 되니, 의사들은 철학에 기댈 생각을 말라’고 한 매킨타이어의 주장을 선생님이 반박하시는 걸 살펴봤고요. 이제 그 뒷이야기를 조금 할 차례입니다.

 

샘: 그래요. 전제 자체에 집중하고 상반되는 두 전제 중에 하나만 택할 수는 없겠다는 사태에 집중하면 길이 안 보이죠.

: 예, 선생님. 그럴 때 어떻게 하라고 하시는 건지 짚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샘: 서로 갈등하는 도덕적 판단의 이면에 있는 이유들에 대해 철학적으로 탐구해 들어가자는 겁니다, 근거 묻기죠.

: 예, 선생님! 어떻게든 서로 공유하는 가치의 지점을 찾아서 그걸 중심으로 맥락을 넓힌 다음에 이유들을 그 맥락에 놓아보는 거란 말씀이죠?

샘: 하하, 그렇습니다! 그게 절대 안 된다는 주장은 옳지 않아요.

: 그렇지만 선생님도 모든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과 도덕적 불확실성이 계속 남을 수 있다고는 것도 인정하셨죠.

샘: 맞아요. 하여간 공통의 도덕적 근거를 찾아들어가는 일은 가능할 수 있으니, 의사든, 시민이든, 도덕철학에 그걸 기대해볼 만합니다.

: 그런데, 사실은 남은 문제나 불확실성이 어느 지점에 남겨져 있고 그게 무엇인지 공유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그래야 사유가 발전할 수도 있으니까요. 도덕철학의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더 검토해야 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샘: 그건 물론입니다. 사태 자체를 제대로 보자는 이야길 그만두겠다고 하는 건 절대 아니에요. 도덕철학이 도덕적 갈등은 다 제거해야한다는 걸 당장 입증해보여야 한다는 것도 아니고요. 하지 못하는 것 앞에서 주저앉지 말고, 할 수 있는 것을 기꺼이 인정해야죠.

: 할 수 있는 걸 인정하고 나아가자. 흐흐, 살면서 그런 생각을 늘 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샘: 좋은 것이 좋지 않은 것이 될 수 있어요.

: 네? 그건 무슨 말씀이시죠?

샘: 생명을 연장하는 일을 놓고 생각해봅시다.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좋다, 라고 하는 기존의 의학전통의 미덕이 왜 자꾸 문제가 되고 있는 건가요?

: 그야 물론 연명의료기술이 발전해서가 아닌가요?

샘: 그래요. 다시 말하면, 연명을 한다고 해도 예후가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런 와중에도 생명 자체를 붙들고 있을 수 있는 실력이 좋아졌기 때문인 거죠. 그리고 말이죠.

: 예.

샘: 기술만 좋아진 게 아니에요. 삶이 가치 있는 것에 대해서도 더 잘 이해하게 되었어요. 삶이 가치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렇지 않나요? 예를 들어서 말이죠, 의학적으로 치료가 안 되는 선천적 결함이 있는 환자의 고통스러운 삶을 목도하는 의사를 생각해봐요. 지금 비극적인 갈등에 직면해있어요. 이 갈등을 비극으로 만드는 건 대체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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