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삼국시대 및 통일신라시대의 회화

본지는 앞으로 안휘준 교수의 著書 『한국회화사』를 연재하려고 한다.
선사시대의 선각화부터 삼국시대, 통일신라시대, 고려시대의 繪畫 그리고 조선왕조 초기·중기·후기·말기의 회화에 대한 안휘준 교수 특유의 문체와 시각으로 한국의 회화사를 조망하는 계기를 마련코자 한다.(편집자주)

 

고구려 중기의 고분은 전실과 현실로 구성되고 주로 5세기 후반~6세기 전반에 축조된 것들이다. 
이 시기의 벽화에는 묘주 부부의 모습이 아직도 나타나기는 하지만 초기의 경우처럼 단독 초상화식의 모습이 아니고 그들이 생전에 겪었던 어떤 중요한 사건의 주인공으로 표시되는 게 상례이다. 
따라서 기록적이며 설명적인 요소가 강하게 나타난다.
이 때문에 화면은 자연 풍속화적인 성격을 띠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벽면과는 대조적으로 말각조정의 천정 최상부 중앙에는 만개된 연화가 그려지는 등 불교적 색채가 강하게 대두되며 한편으로는 도교적인 요소도 나타나 사상적 복합성을 띠고 있다. 
특히 천정부 가까운 곳에 삼족오로 상징되는 일상과 두꺼비, 토끼, 불로초 등으로 상징되는 월상이 그려지고 그 밖에도 북두칠성 등 성좌의 모습이 그려졌음을 보면 이 고분들의 내부가 단순한 무덤만이 아니라 일종의 소우주적인 성격을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일상과 월상을 복희와 여와가 각각 머리 위에 받쳐 들고 있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 중국적 사상의 수용을 엿보게 된다.

고구려 중기 고분의 대표적인 예로 통구의 무용총을 들 수 있는데 이 고분의 벽화는 5세기경 우리나라 회화의 발달 정도를 보여줌과 동시에 건축, 복제, 사상 등 여러 방면의 연구에 좋은 자료를 제공해 주고 있다.
무용총 현실의 동쪽 벽에 그려진 무용도는 표문이 있는 복장을 한 남녀가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들의 모아진 두 팔이 모두 한쪽 겨드랑이에서 돋아난 것처럼 그려져 있어 불합리성을 드러내고 있다.(그림 1)

그림 1 : 무용총의 무용도, 고구려, 5세기 경
그림 1 : 무용총의 무용도, 고구려, 5세기 경

이 점은 인물화를 비교적 능숙하게 그리던 당시의 화공들도 이러한 특수한 문제에 부딪치면 어려움을 겪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춤추는 인물들 중에서 앞의 세 사람은 완만한 대각선을 이루도록 배치하고 뒤의 두 사람은 수평선상에 놓아 변화를 이룬 점이나 그 하단부의 인물들이 아치 대화를 나누는 듯 생동하는 모습으로 표현된 것은 당시 인물화의 솜씨가 역시 수준 높았음을 말해 준다.

이 고분의 현실 서쪽 벽에 그려진 수렵도는 당시의 회화의 발달 정도에 더 많은 시사를 던져주고 있다.(그림 2)

그림 2 : 무용총의 수렵도, 고구려, 5세기 경
그림 2 : 무용총의 수렵도, 고구려, 5세기 경

이 수렵도에서는 도주하는 호랑이와 사슴 등의 동물들과 활을 힘껏 당기며 말을 몰아 뒤쫓는 무사들이 모두 세찬 운동과 율동에 휘말려 있다. 
인물과 동물의 모습은 물론 그들의 동작 하나하나가 조금도 어색함이 없이 간결한 필치로 능란하게 다뤄져 있다. 
정면을 향해 달리는 기마 인물들뿐만 아니라 마상에서 몸을 돌려 활을 당시는 인물까지도 거의 완벽하게 묘사돼 있다.

이렇듯 능숙하게 처리된 인물이나 동물들의 묘사와는 대조적으로 산들은 굵고 가는 굴곡의 파상선들을 겹쳐 상징적으로만 나타내고 있다. 
이 산들은 산들이 지니고 있는 공간이나 거리 또는 산다운 분위기를 결여하고 있다.
또 근경의 산에 나 있는 나무도 고사리순처럼 생겨 나무다운 맛을 잃고 있다. 
그리고 산과 인물, 동물, 나무 등의 크기의 비례가 맞지 않는다. 

이러한 몇 가지 사실들은 이 수렵도가 그려진 5세기경의 우리나라 회화에서 동물이나 인물의 그림은 상당히 발전했던 반면 산수화는 아직도 초보적인 단계에 머무르고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굵고 가는 파상선으로 묘사된 산들의 상징적인 모습은 수렵도 전체에 율동감과 생동감을 한층 더해주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러한 수렵 장면은 중앙아시아 및 중국 한 대의 미술에서 종종 다뤄지던 모티브로서 우리나라에도 전해져 이따금 제작됐던 것이다. 
무용총의 수렵도는 이 방변의 작품 중에서 가장 동적이고 또 가장 성공적으로 처리된 예라 하겠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산은 흰색, 그 다음 산들은 빨강색, 맨 끝에 있는 산은 노랑색 바탕을 지니고 있어 안악3호분의 묘주부인 시녀들의 복색에서 본 바와 같이 고대설채의 원리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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