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도덕적 갈등” 열네 번째 시간입니다. 도덕이 따로 없다는 철학적 주장 중에서 대표적인 정의주의부터 보기로 했는데요. 

샘: 그랬죠. 매킨타이어는 내가 인용한 <덕의 상실>에서 정의주의(정서주의, emotivism)는 도덕적 판단은 결국 개인의 선호이라는 주장인데 이것에 대해 도덕철학은 성공적으로 저항하지 못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어요. 

강: 예, 그래서요, 선생님, 계속 말씀하세요.

샘: 분석적인 도덕철학자들이 저항을 해 본다고 하고 있지만 그들이 말하는 정당화라는 것도 결국 더 이상 정당화의 근거가 없는 선택일 뿐이라고 하고 있죠. 

강: 그러니까 결국, 그들의 기획은 시작부터 실패라고 하고 있는 거죠? 

샘: 그렇습니다. 매킨타이어가 책에서 짚은 것 중에 중요한 것은 사실, 현대의 문화 속에 만연해있는 바로 그런 도덕에 대한 정의주의 같은 사고방식이 팽배해있다는 것입니다. 

강: 예. 그래서 도덕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매킨타이어의 말이, 상이한 가치관이 공존하는 다원주의에 대한 선생님 말씀이 서로 통하는 것 같아요. 

샘: 그래요. 그러니 정의주의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고 답이 없다는 식의 반응이 중요합니다. 

강: 선생님 책에 보면 매킨타이어 책의 사례를 인용하는 대목이 나오는데요, 양립불가능한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도대체 의사가 어떻게 선택을 할 수 있겠느냐는 말씀이신 거죠? 

샘: 뭐, 일단은 그래요. 그 중 하나는 이런 거죠. [누구에게나 자신의 신체에 대해 일정한 권리가 있다. 그런 권리를 성립시키기 위해 입증해야하는 것은 한 가지 뿐이다. 우리 신체에 대한 우리 자신의 욕구를 실행하는 데 대해서 간섭할 권리가 어느 누구에게도 없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따라서 산모의 몸속에 있는 태아는 산모의 신체의 일부이므로 강요받지 않고 임신중절의 여부를 결정할 권리는 산모 자신에게 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강: 대립되는 다른 주장도 옮겨 보겠습니다. [특별히 태아가 죽었다거나 중대한 손상을 입은 경우가 아닌 한, 나를 임신했을 때 어머니가 중절을 하셨어야한다는 주장을 나는 할 수 없다. 이 주장을 내 의지로 할 수 없다면 내가 주장하는 이 생명권을 다른 사람의 경우에 부인하는 것도 논리적으로 정합적이지 않기에 부인할 수가 없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산모가 중절의 권리를 갖는다는 주장을 나는 부인해야만 하고 만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는 이른바 황금률을 어기게 된다.]

샘: 자, 이제 이 두 가지 주장을 놓고 봅시다. 두 개의 논증에서 전제와 결론은 다 개연성이 있는데 양립이 불가능한 두 가지 주장이란 말이죠. 

강: 매킨타이어의 말을 선생님이 책에 인용하신 대로 주인공의 상황이 비극적인 것은 어찌 되었든지 옳고 그른 것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만 하는 것인데요. 

샘: 그래요. 그런 의미에서 이 의사의 딜레마도 비극적이지 않습니까? 

강: 비극적인데 매킨타이어는 철학에는 답이 없으니까 의사들에게 철학에서 해결책을 찾을 생각을 하지 말라는 말을 하는 거죠? 

샘: 그렇죠. 그러면서 철학이 할 일은 왜 답이 없는지 정확하게 설명하는 거라고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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