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도덕적 갈등” 열두 번째 시간이에요. 도덕 알고리듬은 의존할 것이 못 되는 이유를 설명해주셨는데 그렇다면 도덕규칙은 어떤가를 살펴보자고 하셨어요. 

샘: 그랬습니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그르다>라는 도덕규칙을 보고 있었지요. 

강: 예. 도덕규칙의 본질이 ‘정당한 이유가 없이는’이라는 조건, 즉 정당화에 있다고 하셨어요.  

샘: 이 규칙만 봐도 결국은 정당화 가능한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라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금지규칙이니까요.   

강: 예. 그렇다면 도덕적 갈등 상황에서 알고리듬 대신에 도덕규칙에 의존하는 것이 어떻다는 말씀이신 거죠? 

샘: 행동이 죽음을 초래하리라는 예상이 되면 지금 이 규칙에 예외로 정당화가 되는지를 알아봐야 한다는 것이죠. 이 규칙에서요. 그렇죠?  

강: 그러니까 도덕적 갈등 상황에서 규칙에 기대려 할 때에도 행위가 예외가 될 정당화 근거가 있는지 판단을 해야 하는 일이 남는다는 말씀이신가요?    

샘: 그렇죠. 그러면 정당한 근거가 아예 없는 살인인 경우는 어떨까요?  

강: 그럴 때라면 아예 도덕규칙은 끌어들일 이유도 없어요. 

샘: 보세요! 도움을 받으려면 해야 할 판단이 남고 판단이 필요 없는 경우는 소용도 없죠?   

강: 아아, 이제 이해가 됩니다. 정당화가 되는 예외인지는 판단해야 하니까 마치 알고리듬에 의존할 때에 도덕적 판단의 여지가 남았을 때와 뭐가 다른가? 그런 말씀인가요? 반전도 아닌데 반전인 것처럼 느껴지는데요?  

샘: 그래요? 

강: 사실 도덕규칙에서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일은 너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서 그런가 봐요. 그런데 또 듣고 보니 알고리듬이나 도덕규칙이 그 점에서는 매일반이라는 생각이 터무니없진 않아요.   

샘: 흐흐. 터무니없지 않은 정도인가요?  

강: 사실 도덕규칙의 의사결정이나 판단의 도구이긴 하지만 그걸 적용해야 하는지 판단을 해야 한다는 지적은 새롭게 다가옵니다. 그런데... 

샘: 그런데 뭐죠? 

강: 그건 제가 하려는 질문이에요. 그런데요 선생님, 이제 뭐가 문제인거죠? 

샘: 도덕규칙을 끌어다가 도덕적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기가 어렵다는 거죠. 

강: 네, 그렇다 치고 그래서요? 

샘: 의사들에게 철학적인 이론에서 해결책을 찾을 생각도 하지 말라고 한 매킨타이어(Alasdair MacIntyre)를 이쯤에서 좀 살펴보자는 거죠! 

강: 도덕규칙의 무용성을 끝까지 밀고 나가시는 것 같아요. 전략적인 반전모드인가요? 

샘: 전략적인? 그건 무슨 뜻이죠?  

강: 매킨타이어의 이야기를 다 수용하실 리는 없으니까요. 무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이야기를 동의하면서도 뭔가에 대해 매킨타이어와 의견이 갈리는 대목이 나타날 테니까요! 그걸 기대할 수 없다면 전 선생님 책을 열 생각도 안 했을 걸요!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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