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원장의 세상 미리읽기

한 유명한 일본교수가 죽기 전 “평생 동안 25% 정도의 오진(誤診)을 했다”고 고백 하였다. 일반인들은 높은 오진율에 놀라고 의사들은 낮은 오진율에 놀랐다. 특히 암 진단에서의 오진율은 매우 높다.

한국 소비자원은 최근3년 2012~2015년 2월간 접수된 오진관련 피해 가운데 암 발병 오진 피해가 61.7% 라고 밝혔다. 전체 암 오진피해 가운데‘ 진료 과정에서 오진이 73.6% 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암 종류별로는 폐암 오진이 20.3%로 가장 많고 유방암은 16.2%였다. 오진율이 높다는 것은 그 만큼 초기증상 진단이 어렵다는 것이다.

오진을 피하는 간단한 방법은 두가지이다. 첫 번째는 정확한 진단을 회피하고 확대 진료나 과잉진료를 하는 경우이고, 두 번째 는 확실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 진단을 늦추는 것이다. 이 경우 환자는 고통과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수련을 받을 때 가장 난감했던 경험은 진단하기 어려운 케이스를 주임과장님께 의뢰했는데 자신도 잘 모르겠다고 하신 경우였다.

진단 결정의 부담을 덜려고 했는데 모든 짐은 다 돌아와 버렸다. 그러나 진단에 확신이 서기까지의 과정은 의사를 단련시키기 에 충분하다.

확진에 도달할 때까지의 갈등의 과정을 회피하려 하면 진료의 폭은 좁아지며 판단력 있는 의사가 되는 기회는 점점 멀어진다.

환자들은 100% 완벽한 진단을 바라지만 의료 속성상 오진은 불가피하다. 오진율이 25%정도 되는 것은 허용할 수 있는 범위이다. 오진은 기술적인 실수 때문만은 아니다. 나중에 발견될 수 있는 병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오진은 ‘생각 의 오류’로 일어 난다.

우리는 보통 ‘패턴인식( pattern recognition)’을 기초로 하여 병을 진단하게 된다. 환자의 증상을 듣고 기본 검사와 엑스레이를 통해 정보를 통합하여 처음 몇 분 안에 무엇이 문제인가에 대한 한 두가지 가설을 만들어 낸다. 즉 ‘귀납적(heuristic) 사고(thinking)’에 의해 패턴을 만든다. 이렇게 나온 빠른 판단은 자주 옳기도 하지만 자주 틀릴수도 있다. 더구나 단위 시간에 많은 환자를 보아야 하는 상황에서는 빠른 판단이 요구되기 때문에 생각하는데 있어서 일어날 수 있는 함정은 고려할 수도 없으며, 성급하게 일하는 경우 사고의 오류를 범하게 된다.

성급하게 생각하여 한 가지 가능성 에 집착하는‘ Anchoring’은 다른 가능성에 대해 고려하지 않아 ‘미성숙 종결 (premature closure)’을 낳고,‘ 확정의 편견 (confirmation bias) 생각을 통해 진행 중인 진단을 수정하기보다는 고착된 가정만을 확인시키는 정보를 취사•선별하는 것으로 고착 된다.

의사라면 누구나 명의가 되고 싶고 오진으로 인한 망신을 당하기는 싫다.
그러나 더 싫은 것은 의사들의 자의적 확대오진이다. 무조건 발치하고 임플란트를 권하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다.‘ Drill, Fill, 그리고 Bill’ 이 우리들의 모습이지만 자발적 오진으로 인한 과잉진료는 결과적으로 우리 마음을 빈곤하게 만든다.
 

김영훈 원장은 경희대학교 치과대학을 거쳐, 한국 외국어대학교 경영대학원 AMP과정 수료, 중앙길병원 치과센터 주임과장, 가천의대길병원 정보전략기획실장과 김대중대통령 치과자문의를 역임했다. 미국 사우스캐롤리나대 의료경영대학원과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의료경영학과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MDEI 일리노이교육 센터 대표와 임피리얼팰리스호텔치과 대표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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