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 [Doctor's Dilemma]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하여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편집자주)

 

 

: “가치중립적 의학의 불가능성” 열세 번째 시간입니다. 지난 시간에는 윤리적 의사결정에서 우리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기대했던 윤리이론들도 행동을 정확히 처방해주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샘: 그랬지요. 결국 의사가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더니 도움이 안 되는 답이라고 대꾸했죠, 강선생이!

 

: 예, 선생님, 맞아요. 그래도 저는 뭘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야지, 여러 가지 생각할 게 많다는 식으로 끝나는 게 좀 싫거든요. 기분이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그래서 말씀인데요, 저는 이렇게 설명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샘: 어떻게요?

 

: 윤리이론마다 중점적으로 따지는 핵심사항이 있는데요. 이를테면 공리주의자라면 결과를 따지는데 누구에게 닥치게 될 결과인지를 따져요.

 

샘: 그래서요?

 

: 게다가, 또, 그 결과가 언제까지의 결과인지를 따져야 하거든요.

 

샘: 그렇죠.

 

: 그러니까 만일 어떤 정책을 결정할 때, 혹은 어떤 법안을 만들 때에 확실히 공리주의적인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거든요. 그러면 결정 당사자들끼리 결정의 원칙을 정하거나 결정을 구체적으로 할 때, 토론해서 정해야 할 부분인 것 같아요.

 

샘: 음, 누구의 어떤 결과, 언제까지의 결과를 고려할지를 결정 당사자들끼리 합의를 통해 정하는 게 좋겠다는 말이로군요.

 

: 예, 선생님. 공리주의를 현실에 적용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설명할 때에 그렇게 설명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샘: 그러면 칸트의 의무론은 어떻게 설명할 작정인가요?

 

: 공리주의는 미래의 결과를 고민해야 하니까, 경험적인 사실 조사나 미래 사실의 추계가 필요한데요. 의무론에서 중요시하는 핵심은 ‘인간의 존엄성’인데 이것은 어떤 정책이나 행위의 대상이 되는 사람 개인을 인간으로서 존중하는 것이니까요.

 

샘: 그래서요?

 

: 공리주의를 기초로 토론을 하더라도 전체의 이익을 추구하다가 어떤 개인의 권리를 묵살하는 일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는 제한을 두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 될 것 같아요.

 

샘: 공리주의적 사고와 의무론적 사고를 그런 식으로 조합하는군요.

 

: 제가 학생들하고 토론을 해 봐도요, 선생님. 어떤 행위의 도덕성을 판단하려고 할 때 뭘 봐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여러 가지 의견을 받아보면 언제나 귀결은 같아요.

 

샘: 그래요? 어떻게 나오는데요?

 

: 학생들이 제일 중요하게 보는 것은 피행위자에게 미치는 결과예요.

 

샘: 그렇군요!

 

: 그렇다면 그 결과 중에서 어떤 결과를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고 봐야 하는가를 우선 정해두면 나머지는 허용되는 것으로 볼 수 있거든요.

 

샘: 아, 지금 그런 식으로 토론이 흘러간다는 말이군요. 계속 이야기해보세요.

 

: 그런데요, 선생님. 이 결과라는 게 보이는 결과와 안 보이는 결과가 있어요.

 

샘: 그럴싸하긴 한데, 무슨 뜻이죠?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으며 보건학 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강명신 교수 taekong30@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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