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 [Doctor's Dilemma]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하여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편집자주)
 

 

: “가치중립적 의학의 불가능성” 열두 번째 시간입니다. 사례 속의 여성이 요청하는 대로 생식보조술을 해주어야 하는지, 해 주는 게 환자에 대한 의사의 의무인지, 생식보조술은 의학적인 필요가 아니니 의무가 없는 것인지, 등등 논변이 팽팽하게 대립되었었는데요.

샘: 그랬죠. 그래서 거기서 더 이상 토론이 진전되지 않을 수도 있죠.

: 예. 일단 공리주의적 입장을 전제로 한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샘: 사회 전체의 이익에 어느 쪽이 더 부합하는가를 따지겠죠.

: 예. 그런데, 선생님? 그 시술을 원하는 누구에게나 해 주는 것이 전체에 더 큰 이익이 된다는 입장이 있을 수 있지만, 또 특정 사례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따라 다르다는 입장이 있을 수는 있죠? 제 말은 공리주의자들 사이에서도 결정을 달리 할 수 있다는 건데요.

샘: 그렇습니다. 그래도 공리주의적 입장은 어디까지나 미래지향적이라고 할 수 있죠. 고려중인 각각의 대안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에 대한 고려가 중요하다고 보니까요.

: 예. 그러면 공리주의를 포기한다면요?

샘: 그러면, 미래 결과를 고려대상에 넣지 않고 다른 고려사항을 윤리적으로 중요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생기는 거죠.

: 예, 여성의 생식에 관한 권리가 모든 것을 우선하는 경우가 해당하겠네요.

샘: 그렇죠. 공리주의 입장에서야 여성의 생식권도 미래 결과를 고려해서 인정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따지겠지만요.

: 예, 공리주의에 반대하면서 여성의 생식권은 결과에 의한 고려로 인해 좌지우지 되어선 안 되는 거라든지, 그러니까 의료기관은 그 권리의 행사를 도와야 할 의무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권리 행사를 간섭하지는 말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죠?

샘: 그렇습니다. 그런 논변에서는 실제로 여성에게 나올 결과라든지, 태어날 아기의 미래에 대한 것은 윤리적인 고려사항이 아니라고 보겠지요. 어떠한 결정에서 윤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피행위자의 권리 또는 행위자의 의무라고 주장을 펼치겠지요, 비결과주의자들은.

: 예, 선생님. 공리주의자가 미래를 지향한다고 하신 말씀은 그래서 선생님이 그 쪽을 편든다는 게 아니고, 행위나 결정이나 정책의 결과가 미래에 나타날 테니 미래를 바라보고 결정을 내린다는 뜻인 거죠? 확실히 해두려고요.

샘: 하하, 그야 물론이죠. 그리고 결과가 중요하다보니까, 아무래도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중요시하게 되겠죠. 여성의 미래와 아기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요인들이 실제로 어떻게 얼마나 작동하는가가 중요해지는 겁니다.

: 그러면 의사는 대체 어떤 입장에서 결정을 내려야 할까요?

샘: 이런저런 것을 고려해서 결정을 내려야지요.

: 그건 너무 정답이라서, 그러니까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말씀이신데요?

샘: 어떤 답이 도움이 될까요, 그럼?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으며 보건학 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강명신 교수 taekong30@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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