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 [Doctor's Dilemma]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하여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편집자주)

 

강: “가치중립적 의학의 불가능성” 열한 번째 시간입니다. 어떤 임상의사결정 상황에서 해달라고 요청하는 어떤 서비스를 해주는 것이 윤리적으로 합당한지, 하지 않는 것이 합당한지 판단해야만 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윤리이론들이 각기 주목하는 요인이 다르다는 말씀까지 해주셨어요.

샘: 그렇죠. 우리가 보았던 요인들을 범주화해보면 1) 아이에게 일어날 결과에 관한 사실에 관한 것이 있고, 2) 생식권의 성격과 범위에 관한 사회정책 요인이 있고, 3) 이도저도 아닌, 이를테면 부모로서의 적합성이라든지, 아이의 결과와 여성의 결과를 어떻게 견주어야 하는가라는 등 판단의 문제인 요인이 있었어요.

강: 예. 그런데 이 중에서 3)번의 판단의 문제가 되는 요인만이 윤리적으로 중요한 것은 아니고, 윤리이론에 따라서는 1)번을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고, 또 경우에 따라서 1)번 때문에 2)번이 달라지기도 하고, 3)번에 따라서 2)가 달라지기도 하는 것이죠. 그렇지 않나요, 선생님?
그런데 또 만일 이 의사가 결정을 해서 행동해야 하는데, 이 사람이 어떤 이론을 옹호하는가에 따라 의사결정이 달라지는 것도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요.

샘: 그건 그렇죠. 그렇지만 결정을 해서 환자에게 어떤 치료행위를 할 때 환자의 동의가 반드시 있어야하기 때문에 의사 맘대로 하는 건 아니죠, 결국.

강: 예, 또 윤리적 판단의 특성상, 보편화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도 없고요! 누구든지 어떤 윤리적 의사결정을 할 때, 판단의 근거가 된 것이 있어야 할 것일진대, 행위자 입장에서 볼 때 유사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판단하리라는 생각이 전제가 되어야 하니까요.

샘: 그러니까 의료윤리에서는 늘 원칙이라는 것을 함께 설정하자고 하는 것이죠. 법이나 정책도 마찬가지이겠지요. 다양한 경우를 포괄하면서도 따라야 할 원칙은 정해둬야 하는 거죠.

강: 예! 예외적인 경우라면 왜 예외여야 하는지도 근거로 남겨야 할 것이고요. 예외가 많아지거나 원칙이 사문화되면 원칙의 개정이 불가피하기도 하고요.

샘: 그래요. 저번에 강 선생이 반대한 ‘양육자로서 적합성’이라는 요인을 결과주의자가 윤리적 판단에 고려해야한다고 주장했다면, 아이의 인생에 그 요인이 미치는 결과가 중요하기 때문일 겁니다.

강: 그렇죠. 그런데 그렇다면 모든 생식보조기술의 사용에서 그걸 따져야지, 왜 이 경우만 그걸 따지는지 이유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걸 모든 경우에 따지는 것은 비윤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는 반박이 나올 수 있고요.

샘: 그런데 또, 결과주의자라고 해서 꼭 그걸 찬성하란 법도 없어요.

강: 네? 아, 그렇겠네요! 예를 들어, 차라리 양육자로서의 적합성을 따지지 않는 편이 장기적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더 큰 이익이 간다고 판단할 만하면요.

샘: 하여간 결과주의자라면, 결과주의의 하나인 공리주의를 예로 들어봐도, 어떤 이해관계당사자에 대한 장기 또는 단기적 결과, 그리고 결과 중에서 어떤 면에 주목할지, 등등 달라질 수 있는 것이죠.

강: 예, 선생님.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으며 보건학 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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