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 [Doctor's Dilemma]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하여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편집자주)

 

강: “가치중립적 의학의 불가능성” 아홉 번째 시간입니다. 지난 시간엔 의사의 권리로 논의가 넘어가서, 옳지 않다고 여기는 일을 의사가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샘: 그럴 권리가 있지 않습니까?

강: 옳지 않다고 여기는 일을 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없다는 데에 동의합니다. 인공임신중절의 경우도 합법화가 되었다고 해서 개별 의사가 시술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요. 그렇지만 다른 의사에게 의뢰해줄 의무는 있다고 봐야 하는 게 아닐까요?

샘: 그렇죠. 아무튼 신실한 가톨릭교도 의사라면 임신중절을 해주지 않을 수 있지요.

강: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요, 제가 여기서 계속 그런 결정을 내릴 도덕적 권위가 의사에게 있는지 따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샘: 따질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의사들은 어떤 시술이나 치료에 대해 의학적 금기와 적응증이나 따질 일이지 다른 부분까지 결정하지는 말라는 이야기는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강: 예, 그렇지만 의학적으로 적응증이 되지 않는 시술은 아니지만, 의사 자신의 가치관에 배치되는 시술이라면 의사가 해줄 의무는 없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이 점에 대해서도 아니라고 강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샘: 이렇게 되면 우리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것 같군요. 우리가 사실 이 사례를 거론한 것이 이 사례에 대한 최종결정을 내리려고 한 것은 아니니까 이쯤 해두죠.

강: 예. 이런 사례를 통해서 불확실성에 대해 확실히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샘: 그렇습니다. 의사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혹은 의사가 하는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 수 있는가에 대한 불확실성들이 있습니다. 이 짧은 사례 토론에서도 확실히 나타났죠.

강: 예, 더 이야기를 계속하면 더 나오겠지만, 어떤 지점에서든지 잠정적 종지부를 찍을 필요는 있을 것 같아요. 여러 가지 드는 생각 중 하나는 병원의 철학이나 원칙이 있다는 것은 그 현장에서 실제업무를 할 때에 불확실성을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샘: 그건 개별적인 의사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이야기죠!

강: 예, 선생님. 그리고 사실 의료 현장이라는 곳이, 이렇게 주거니 받거니 토론하고 한다든지, 오래 혼자 생각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워낙 많거든요. 그런 경우를 생각했을 때 이런 논란에 대해 생각해둔 게 있다면 개별의사에게서도 의사결정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에 도움이 되기는 하겠네요.

샘: 이제 이 사례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쟁점들을 한 번 돌아볼까요? 태어나게 될 아이의 이익, 입양기관에서 돌보는 입양될, 지금 실재하는 아이의 이익과 불임시술기관에서 생식보조기술로 태어나게 될 아이의 이익, 이 둘의 차이, 그리고 아이를 낳아 기를 권리의 범위, 양육할 자로 적합한가에 대한 기준설정의 가능 여부, 의료제공자가 의료서비스를 거부할 권리, 그리고 이 권리의 정당화 가능성의 문제, 그리고 의학적 결정을 넘어서는 결정에 대한 의사의 능력 내지 권한에 대한 문제. 참 많았네요, 그렇죠?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으며 보건학 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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