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 [Doctor's Dilemma]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하여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편집자주)

 

강: “가치중립적 의학의 불가능성” 여덟 번째 시간입니다. 지난 시간엔 클리닉에서도 입양기관처럼 더 철저히 부모를 골라가면서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샘: 그랬죠.

강: 저는 입양기관의 입양거부와 생식보조기술 클리닉에서 서비스를 거부하는 건 별개라고 말씀드렸는데, 선생님이 갑자기 그렇게 볼 게 아니고 같이 놓고 보자고 하신 거죠. 의외였어요!

샘: 하하하. 입양기관으로부터 교훈을 하나 얻은 셈이죠.

강: 부모로서 적합한지 않은지 따져서 시술을 해주기도 하고 거부하기도 한다는 말씀인데, 가능성 여부를 떠나서 그렇게 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샘: 그건 왜 그렇죠?

강: 이유는 두 가지인데요. 우선 첫째, 임신 클리닉에서 그렇게 이것저것 철저히 따져서 아이를 갖게 하는 것은 최악의 사회통제의 길로 가는 지름길인 것 같습니다. 임신에는 문제가 없어서 이런 클리닉에 안 오고도 아이를 낳아 키우지만 부모 노릇이 잘 안 되는 경우가 훨씬 많을 텐데, 그걸 생각하면, 이런 클리닉에서 부모 되는 길을 거부당하는 건 공정하지도 않고요.

샘: 그건 마치 면허증을 교부하는 식이군요?

강: 네, 바로 그거예요, 면허. 부모 자격을 따져서 아이를 낳게 하고 못 낳게 하고, 그런 식으로 사회를 분열시키면 안 되니까요.

샘: 그건 그렇고, 두 번째는 뭐죠?

강: 아이를 낳아 가정을 이룰 권리가 누구에게나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 여성에게 시술을 거부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개인의 자율적 선택권을 부정하는 것이 됩니다.

샘: 그걸 부인하는 건 아닙니다. 내 요지는 이미 강 선생 말에 들어있어요.

강: 제가요?

샘: 사실 이 클리닉에 오는 사람은 소수예요. 대다수는 이 클리닉에 오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이 사실은 강 선생이 말한 그 파시즘 논변을 피하게 해줍니다.

강: 잠깐만요, 선생님! 지금 이게 어떻게 되고 있는 거죠? 파시즘이라는 말까지 듣다니요, 제가 주장한 것은 선생님이 파시즘으로 빠질 논리를 펴셔서 경계하시라고 한 건데.

샘: 그래요, 그러라고 한 건데, 사실은 그 걱정은 하지 말라는 겁니다. 할 필요가 없어요.

강: 그러니까 선생님 말씀은 클리닉에 오는 사람들에 대해서만 말씀하신다는 거죠, 그렇죠?

샘: 바로 그거예요. 사회전체를 위해서 무슨 정책을 제안하는 게 아닙니다. 일단 클리닉에 오는 사람들이 아이를 낳기 위해 시술을 받으려고 할 때, 클리닉이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이 문제만 이야기하고 있는 겁니다. 다른 사람들이 뭘 할 지 결정하자는 게 아니라고요.

강: 하여간, 그래서 거부할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

샘: 결국 그 말이지만, 이제 이것이 클리닉이나 의사들의 권리문제가 되었어요.

강: 무슨 권리를 말씀하시는 거죠?

샘: 옳다고 여기는 일이 아니면 의사도 거부할 권리가 있는 게 아닙니까?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으며 보건학 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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