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치과의사회 정보통신이사 강병현

올해로 개원한 지 5년이 지났다. 개원한지 10년이 지난 선배들에게도 고충이 있기 때문이다. 페이닥터를 할 당시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또 다른 개원의 즐거움이 있다. 선배들도 각자만의 ‘소확행’을 가지며 살아가는 분도 많다. 돌이켜보건대 개원 5년 차가 된 현재 나의 ‘희노애락’은 무엇일까?

▲ 강병현 원장
▲ 강병현 원장

희(喜)
개원 초에 비해 병원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에 나름대로 많은 기쁨과 행복감을 느낀다. 물론 현재도 다른 일반개원치과보다 환자 수가 아직은 적은 편이지만 개원 초기에 비하면 개과천선 수준이다.

개원하고 1년도 안 됐을 때는 오전이나 오후 한 타임을 환자 한 명도 진료하지 못한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현재는 예약 없이도 구환들이 지속적으로 내원해주는 것이 감사하다.

치과경영뿐만 아니라 직원관리나 전반적인 진료시스템이 안정되게 운영되고 있어 만족한다. 개원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히 환자가 많아지는 결과에 기뻐하기보다는 그 결과가 진료에 쏟은 진정성과 관심에 비례해 얻어낸 결과라고 생각하니 마음 뿌듯하다.

개원 초기 어설픈 직원 관리과의 관계들로 빚어진 불협화음의 시행착오를 거쳐 이제는 스텝들의 화합과 친절의 힘으로 더 소중하고 값진 결과를 만들어 냈다.

노(怒)
환자 수가 많아지면 자연스레 황당한 환자와 진상 환자를 만나기 마련이다. 필자는 이상한 분위기(?)가 느껴지면 초기에 차단하려고 진료 자체를 시작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예 거부 할 수는 없다.

실례로, 얼마 전 환자가 오전에 잇몸 통증으로 내원해 잇몸 치료 후 약을 처방받아 갔다. 그 날 오후 치과에 전화해 ‘치료한 지 몇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픈 게 왜 낫지 않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래서 환자에게 힐링 과정을 설명하며 증상이 지속되면 재내원할 것을 권유했다.

아뿔사! 바로 다음날 오전에 그 환자가 왔다. “너무 아파서 약 3일치를 밤중에 다 먹었다. 약을 모두 먹었는데 아프니 치료를 잘못한 거 아니냐?”고 했다. 그 순간 스멀스멀 솟아오르는 화를 억누르고 환자를 달랬다. 그동안은 이런 황당한 환자로 마음의 상처를 받을 때마다 술로 위안을 삼았다.
하지만 이제는 내원 환자 수가 늘어났으니 자칫 건강이 상할 것 같아 운동과 같은 다른 대안으로 해소해 보려고 노력 중이다.

애(哀)
개원 초기 때 선배 중 한분에게 나중에 기계장비 고치는데 들어가는 수리비와 치과 유지 관리하는 비용 들은 따로 구분해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다. 그 당시에는 치과에서 사용하는 기계장비들은 조심해서 사용하면 한 10년 정도 지나야 고장이 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그 말에 게의치 않았다. 그런데 벌써 수리비용 이 만만치 않다.

체어, 컴퓨터, 수시로 고장 나는 것은 일상다반사고 컴프레셔 같은 중장비들도 남들은 10년 이상 잘 쓰는 것 같은데 유난히 내 것만 일찍 탈이 나는 것 같은 생각에 속이 상하기도 한다. 장비가 고장 날 때마다 이것은 어디서 구입했고 AS 기간은 얼마였는지에 대해 개원 당시 기억을 더듬어 보지만 기억이 없다.

개원 당시에 기구, 장비 구입 목록을 정리해 놓은 파일을 컴퓨터에 저장해 놓았었는데 하필이면 얼마 전 야구 동영상을 받다가 걸린 랜섬바이러스로 파일이 통째로 날렸다. 그래서 요즘엔 기계장비를 구입할 경우 구입처, 비용, 날짜 등을 꼼꼼히 기록해 두는 습관이 생겼다.

락(樂)
나에게 술은 사람들과 어울리는데 촉매제였고 삶의 에너지를 제공해 주는 윤활유이자,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는데 요긴한 스트레스 해소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내 삶의 낙(樂)이자 동반자였다. 개원하고 나서 황당한 환자들과의 조우하게 되는 기회가 점차 더 잦아지면서 술을 찾게 되는 상황이 많아지게 되고 결국은 얼마 전에 위궤양 진단을 받았다.

내 삶에 있어서 낙(樂)의 대상이던 술이 자칫 고행의 안내자로 탈바꿈할 수 있겠다 싶어 이를 벗어나고자 배드민턴을 시작했다. 운동 효과도 좋았지만 치과인 외의 사람들을 만나 함께 교류하는 것 자체가 즐거움 이었다. 문제는 운동을 하고 나서 이어지는 뒤풀이에 술을 마신다.

땀 흠뻑 흘리고 난 후 마시는 뒤풀이 술의 맛을 가히 어디에 비할 수 있으랴! 점차 술의 양이 많아지고 운동보다는 뒤풀이가 더 기다려지는 ‘본말전도’ 현상이 나 타나기 시작했다. 뒤풀이를 없애지 못하지만 간단하게 마무리하는 것으로 결심.

개원하고 나서 진료에 대한 책임감이 더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에 따른 부담 못지않게 환자에 대한 진단에서부터 처치 전 과정을 혼자 진행하기 때문에 페이닥터 때와는 다른 진료 결과에 대한 보람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것도 개원이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개원 후의 변화된 특징을 ‘희노애락’으로 정리해 보았다. 모든 개원의들이 경험하는 공통분모도 있겠지만 상황과 특성에 따라 겪게된 특수한 경험일 수도 있다.

개원생활도 다른 일상사와 마찬가지로 즐겁고 기쁜 일만 있는 것이 아니라 희노애락이 교차되는 것이겠지만 ‘노(怒)와 애(哀)’를 ‘희(喜)와 낙(樂)’으로 바꾸거나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도 내 마음과 노력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개원 5년차에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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