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 [Doctor's Dilemma]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하여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편집자주)

 

강: “가치중립적 의학의 불가능성” 여섯 번째 시간입니다. 지난번에는 인공정액주입술을 받겠다는 여성 사례에 대해 이야기했는데요.

샘: 이 경우 인공정액주입술이 환자에 대한 의학적 치료는 아니라서 책무가 없다고 했었죠.

강: 예, 이 여성은 환자가 아니고, 그냥 이 시술을 원한다며 해달라고 하는 상황이라고 하셨어요. 의사로서 치료 의무가 없는 상황이라고요.

샘: 그랬죠. 그 당시엔 또 그게 상당히 낯선 상황이었어요.

강: 상당히 낯설다는 것만으로는 하고 말고 할 근거가 된다고 생각진 않으시죠? 그리고 토론에서 나온 쟁점들을 죄다 적어내신 건 이해하는데, 이 여성이 요트를 원할 수도 있다, 이런 내용은 좀 너무 나가신 거 아닌가요? 뭐, 클리닉에 와서 원하는 건 다 고려해줘야 하는 건 아니라는 주장을 실감나게 하시려는 건 알겠지만요.

샘: 그래요, 그렇게 이해하면 되는 거예요.

강: 의사가 할 수 있다고 해서 찾아 온 고객에게 그걸 해 주어야 할 책임이 있는 건 아니라는 데에는 일단 찬성입니다.

샘: 그래서 이런 주장을 할 수도 있죠. 그 시술은 결혼한 불임커플에게 해주는 서비스라면서 이런 경우에까지 인디케이션을 확장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의사는 그냥 못해준다고 하면 된다, 이 말이죠.

강: 그러면 제가 반대편에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불임치료가 아니라서 못해준다고 한단 말이죠? 소위 말하는 결혼한 커플인데 남편이 불임이라서 찾아온 정상적인 여성의 경우도 치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어떻게 되죠? 그 경우나 이 경우나, 여성을 “치료”하는 일과 무관한 것 아닌가요? 그러니까 제 말은, 이 경우는 치료인지 아닌지는 쟁점이 안 된다는 겁니다.

샘: 그런가요? 결국 이 클리닉에서 해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는 말로 흘러가네요.

강: 네, 그러니 치료가 아니라면서 노 할 수는 없다는 말씀입니다.

샘: 그렇군요! 그렇지만 여전히 노 할 수 있는 여지는 있어요. 태어날 아기를 생각해보세요.

강: 태어날 아기를 생각해야만 한다는 건가요?

샘: 그럼요! 그런 환경에 아기를 태어나게 하는 일인데 의사가 그냥 순순히 해주어야 하나요?

강: 그 시술을 해주는 의사를 마치 나쁜 일에 공모라도 하듯 말씀하시네요!

샘: 아니, 난 그냥 그 아기에게 주어지는 부담을 좀 생각해보라는 겁니다. 아버지가 없어요.

강: 아버지가 왜 없어요? 정자 제공자가 생물학적/유전학적 아버지로 있지만, 양육을 이 레즈비언 커플이 하는 거죠! 그리고 아이를 낳아 양육하겠다고 이 시술을 받으려는 것이고요.

샘: 그 아이가 친구들한텐 뭐라고 말해야죠? 자라면서 남녀관계에 대해 어떤 모델을 보고 자라겠어요? 그리고 딸이면, 정상적인 이성 관계를 갖게 될 가능성은? 아들이라면, 남자 싫어하는 커플이 이 아들에게 어떤 심리적인 환경을 제공하게 되는 거죠?

강: 아니, 잠깐만요!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으며 보건학 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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