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 [Doctor's Dilemma]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하여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편집자주)

: “가치중립적 의학의 불가능성” 다섯 번째 시간입니다. 지난번에는 인공정액주입술을 받겠다는 여성을 먼저 상담한 정신과의사가 진료를 받게 해야 하나, 거절해야 하나 고민하는 대목이었어요.

샘: 그렇죠, 클리닉에 있는 다른 동료들이 당장 반대할까봐 추진도 못하겠고, 그렇다고 반대도 할 수가 없었어요!

: 본인은 치료 전에 상담을 맡고 있는 상황이라 이래저래 난처한가 봐요.

샘: 이 클리닉이 연방정부 지원을 받고 있는 터라서 진료거부를 했다가 부당한 차별이라고 소송을 당할 수도 있어요. 일단 시스템이 이렇게 되어있다고 가정을 하자고요.

: 예. 가장 알맞은 방향을 찾긴 찾아야 하는데, 전에 없던 상황이라 당황스럽긴 했겠어요!

샘: 그렇다마다요. 그래서 다른 분들과 의논해볼 시간을 얻었죠. 일주일 후에 파트너와 같이 들르라면서, 보통 그렇게들 한다고 설명했어요. 나도 그 사이에 이 일에 대해 들었어요.

: 예. 하여간 결국에는 진료를 허용할지 거부할지 결정을 해야만 하잖아요.

샘: 사람들과 의논을 하는 거지만, 중요한 건 입장을 정당화할 이유를 생각하는 거죠.

: 네. 우리 클리닉에선 동성애자의 그런 요청을 들어주지 말자는 입장도 물론 있겠고요.

샘: 그렇습니다. 서비스를 클리닉에서 제공할 기술적 능력이 있으면 해주는 거지, 다른 고려사항이 뭐냐는 입장도 있죠. 두 가지가 당사자인 의사에게 별로 호소력이 없었어요.

: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샘: 찬반 입장을 놓고 고심하다가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나 봐요. 사실 내가 토론에서 사람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들과 많이 비슷했어요.

: 그래요, 선생님?

샘: 이제 차근차근 생각을 좀 짚어봅시다. 의사의 책무는 환자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겁니다. 그렇죠?

: 예. 환자의 필요가 클리닉에서 해결할 수 있는 거라면 그렇죠.

샘: 그렇죠? 환자의 가족상황이 보통과 다르고 낯설다는 이유만으로 거절할 권리가 의사한텐 없는 거죠?

: 아, 잠깐만요. 그건 그렇지만, 개인사정상 안 해 줄 권리까지 없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응급상황이 아니면 다른 데를 알아봐 줄 수도 있고요.

샘: 그건 왜 그렇죠?

: 이를테면 임신중절이 합법이라고 의사가 해줘야 할 의무가 생기지 않을 것 같아요. 의사의 가치관도 고려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옳다고 생각합니다. 이 경우는 이 정신과의사가 상담하면서 환자에게 오케이하면 해당 진료를 하는 담당전문의가 꼭 해줘야 하는 건가요? 이 클리닉이 뭐 그런 정책이 있나보죠?

샘: 그러면 그렇다고 합시다. 오케이하면 해줘야 하는 걸로요.

: 예, 그렇다고 하고, 계속해보세요.

샘: 과연 이 여성의 요구를 듣고 인공정액주입술을 해 주는 것이 환자에 대한 의학적 치료는 아니라는 거죠. 그럴 책무가 없어요. 환자의 이상이나 질병을 치료하는 게 아니니까요. 이 여성은 자신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한 거예요.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으며 보건학 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작권자 © 덴탈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