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중립적 의학은 불가능하다 (3)
가치중립적 의학은 불가능하다 (3)
  • 강명신 교수
  • 승인 2019.03.13 13:49
  • 조회수 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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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책 [Doctor's Dilemma]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하여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편집자주)

 

강: “가치중립적 의학의 불가능성” 세 번째 시간인데요, 선생님. 의학의 가치중립성을 주장하는 분들은 과연 무슨 뜻으로 그런 주장을 하는지 말씀해주시기로 했어요.

샘: 의대생이 커리어 진로를 선택하는 데에는 가치판단이 결부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이번에는 시야를 확 바꾸어서 구체적인 임상상황을 생각해봅시다. 손이 다쳐서 왔다고 해봅시다. 이 환자에게 의사가 뭘 해야 할까요?

강: 그야 물론, 손이 다친 경위를 묻고 살펴본 다음 치료할 방법을 찾아야죠!

샘: 그렇죠. 환자의 손 상태를 보고 치료할 수 있는 의학적 가능성을 찾겠죠. 그런데 이때에 의사의 태도가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강: 무슨 태도 말씀인가요? 환자가 싫다 좋다, 그런 감정 말씀이신가요?

샘: 그렇습니다. 의사의 입장에서 환자가 인간적으로 싫다고 해봅시다. 그렇더라도 이런 감정은 사적으로만 느낄 뿐, 환자의 의학적 필요에 대한 대책에 영향을 끼치는 건 안 될 일이죠?

강: 예, 환자의 손을 치료하는 데에 골몰해야 하니까요. 치료에 영향을 끼칠 만한 의학외적인 요소는 배제해야 하니까요. 그렇긴 한데.

샘: 그런데 뭔가요?

강: 사실은 의사도 사람인지라 그게 그렇게 깔끔하게 배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속으로 감추어도 내비칠 가능성이 크고요. 그런데 무슨 말씀하시는지는 알겠습니다.

샘: 의학적 의사결정에 의사의 개인적이고 비의료적인 가치가 개입될 자리는 없어야 한다는 것이 바로, 의학적 가치중립성 주장이 의미하는 것입니다.

강: 예, 그 말씀은 알겠습니다. 이 이야기 전에도 했던 것 같은데요. JAMA에 의대생이 쓴 에세이에서, 알콜중독인 간경변 환자가 치료에 비협조적인 데 대해 양가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는 고백을 읽은 적이 있어요.

샘: 그건 속으로 느끼는 감정이어야지 치료를 좌지우지하면 안 될 겁니다.

강: 예, 선생님. 환자 편에서도 어쩌면 자기를 어떻게 볼지 예상을 하고 있을 수 있어요. 술을 끊지 못하고 있을 사정이 있을 수도 있고요. 병원에 오자마자 자기방식대로 자기방어 행동을 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제 말은 약간만 이상한 눈빛이나 말투에 아주 심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샘: 그런 상황이라면 의사는 분노와 무력감을 동시에 느끼기 쉽겠네요.

강: 예. 그리고 도덕철학적으로만 보면,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에 대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도덕적 문제로 일반화할 수도 있어요.

샘: 그렇겠죠. 내가 책에 바이얼리니스트 아이작 스턴의 손과 소매치기범의 손을 대조했어요. 소매치기는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이니 강 선생이 든 예와는 다른 종류겠군요.

강: 예, 선생님. 사회전체가 의사에게 전문직업인으로서의 지위를 부여하고 “의학적인” 필요에 “의학의 전문직업인으로서” 적절하게 대응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신뢰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은 두 예에 똑같이 적용되겠네요.

샘: 그렇습니다! 소매치기를 도덕적 견지에서 비난할 수는 있지만, 의사로서 손은 치료해야 합니다.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으며 보건학 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강명신 교수 webmaster@seminarbiz.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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