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 [Doctor's Dilemma]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하여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편집자주)

 

강: 오늘은 6장 “가치중립적 의학의 불가능성” 두 번째 시간입니다.

샘: 졸업 후에 어떤 의사가 될 것인가라는 결정을 들여다봤죠. 환자를 볼 것인가 아니면 연구를 할 것인가라는, 커리어 선택의 문제도 있지만, 사회는 어떤 의사가 필요한가라는 문제도 결부된다고 했습니다.

강: 예, 한 번에 잘 매칭될 수도 있고 평생 분투할 일이 될 수도 있다고 하셨어요.

샘: 그렇죠, 하여간 그런 결정을 내릴 때 의사 자신의 가치가 동기가 될 수 있지 않습니까?

강: 예, 선생님. 당장 뭘 할까라는 생각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그런 결정은 장기적으로 어떤 사람이 될까라는 생각이 좌우한다고 하신 말씀에 동의합니다.

샘: 보험환자를 볼지, 복지기관에서 일할지, 교외에 개원을 할지 등등 임상을 하더라도 세팅을 선택하는 데에도 영향을 주겠죠?

강: 예. 어떤 세팅에든 들어가고 나서 조직관리 임상관리도 가치가 반영이 될 거라고 하신 부분에도 동의합니다. 거시적인 의료제도의 시스템이 크게 영향을 준다는 것을 전제하고요.

샘: 그래요. 하여간 거시적인 제도도 관여하고 의료 시장의 동향도 관여하지만, 의사 개인의 취향이나 가치가 반영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강: 예, 크게 이견이 있을 주장은 아닙니다.

샘: 그리고 어떻습니까? 그렇다면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의료에서도 어떻게 삶을 살 것인가라는 문제 역시 대체로 보면 자기결정권에 달려있는 문제인 것도 맞죠?

강: 대체로 그렇다는데 아니라고 하긴 뭣하긴 합니다.

샘: 사회정의에 관심이 많아서 의료소외 지역에서 환자를 보겠다는 젊은 의사를 칭찬한다고 해서 대도시에서 성형외과로 돈을 많이 버는 의사를 두고 뭐라고 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선 안 되죠. 의료사각지대에서 진료할 의사를 배출할 정책이 필요하다는 데에 적극 찬성한다고 해서 우리가 또 연구에 몰두하려는 의사를 뭐라고 하자는 것도 아니고요. 내 말의 요지는 커리어 결정의 문제가 결국 자기 의지와 결정의 권리 범위에 있다는 말인 거죠.

강: 예, 동시에 그 사람의 가치관이 반영된 것이 틀림없다는 말씀이시죠?

샘: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건 어떻습니까? 독단적이고 공감능력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의사를 보고 그를 비난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할 수 있죠?

강: 예. 전문직업인으로서의 그런 행동에 그 의사의 가치관이 어떻게든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의 가치관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

샘: 그렇죠!

강: 그런데 여태까지는 의학의 가치중립성이 아니라 의사의 커리어 결정과 의사의 가치관의 연관성에 대해서만 말씀하신 듯합니다!

샘: 하하하. 지난번에 강 선생이 이런 말을 했죠? 의학을 과학으로 보고 과학의 가치중립성을 전제로 의학도 가치중립적이라고 하는 분들이 많다고?

강: 예, 선생님.

샘: 의학의 가치중립성을 주장하는 분들은 과연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 내 설명을 들어봐요.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으며 보건학 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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