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 [Doctor's Dilemma]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하여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편집자주)

 

강: 이제 6장 “가치중립적 의학의 불가능성(The Impossibility of Value-Free Medicine)” 첫 번째 시간입니다.

샘: 그렇습니다.

강: 그런데 선생님, 5장 마지막 편에서 우왕좌왕한 게 있어서 좀 찜찜한데요.

샘: 뭔가요?

강: 정의와 옳음과 좋음, 세 가지 가치에 대한 것인데요. 공리주의자에게 정의는 도덕의 문제이지만 이들에겐 도덕, 즉 옳음이 좋음의 문제라는 것을 강조했어야 하는데 뭔가 좀 꼬였어요.

샘: 아, 그랬군요! 그러면 본격적으로 의학과 가치의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강: 네, 선생님, 슬쩍 보면 과학으로서의 의학에 초점을 맞추고 의학은 가치중립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이 있는 것 같은데요?

샘: 그건 과학이 가치중립적이라고 전제하고 하는 말이겠죠?

강: 예예. 대체로 과학 자체를 생각해서 하는 말인 것 같아요. 탐구로서의 과학활동 자체요, 선생님. 자연에 관한 사실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밝히는 일은 엄연히 사실의 영역이지 가치와 다른 거라는 거죠.

샘: 들어보니 주변에 흄(David Hume) 지지자가 많은 모양입니다! 가치와 사실을 나누는.

강: 그렇지만 또 과학이 왜 필요한가를 물으면 실용주의적 입장에서 이야기하긴 해요.

샘: 그렇겠죠, 단순한 호기심을 해결하는 문제가 아닌 경우가 많으니까요.

강: 19세기도 아니고 순수과학이라는 말은 사실 무색해지긴 했어요. 과학이 본격적인 산업화 과정을 겪은 20세기를 지나 이제는 산업이나 실용과 뗄 수 없는 일이 되었으니까요.

샘: 그래요, 아무튼 나는 6장에서 의학의 가치중립성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펴고 싶었어요.

강: 주로 의사결정 상황과 연관시켜서 주장을 펴시던데, 시작해보세요, 선생님.

샘: 학생들에게 “앞으로 나는 어떤 의사가 될 것인가?”라고 자문할 때가 오겠죠?

강: 예, 뭐, ‘저런 의사가 되어야겠구나, 저런 의사가 되면 안 되겠구나’라든지 또 ‘저 전문과목을 수련 받아야겠다, 어느 도시에서 일을 해야겠다’든지, ‘저 도시 저 지역에 개원을 하겠다’ 등등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샘: 그렇죠. 난 이 질문에 두 가지 측면이 있다고 생각해봤어요. 첫째는 전문인으로서의 삶의 이상과 연관이 되는 측면이에요.

강: 예, 선생님. 연구를 할 것인가 임상을 할 것인가, 또 임상의라 하더라도 위험부담이 있지만 강도 높은 분야를 할 것인가 혹은 한밤중의 응급상황과는 거리가 있는 좀 구조화된 분야를 할 것인가라는 결정을 말씀하시는 거죠? 예를 들어 신경외과냐 방사선과냐처럼요.

샘: 그렇습니다. 둘째로 사회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 라는 측면이 있죠.

강: 사실 그 측면은 정부와 의료직역의 단체들이 신경을 더 써야 하는 부분인데요. 필요를 수요로 좁게 보시는 게 아니라면요!

샘: 하여간 커리어 결정에서 두 가지를 전혀 생각하지 않을 순 없죠?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으며 보건학 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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