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 [Doctor's Dilemma]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하여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편집자주)

 

강: 5장 도덕적 갈등과 도덕적 선택, 스물여섯 번째입니다.

샘: 철학자들의 정의론으로 실제 문제 해결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이야기하고 있었죠?

강: 예. 초음속 항공기 개발을 예로 들어 말씀해 주실 차례에요.

샘: 사실 국가 차원에서 초음속 항공기를 개발한다고 해도 몇이나 이용하겠느냐고 반대하기가 쉬울 텐데요. 그래도 그걸 만드는 과정이나 운항을 할 때 일자리가 생기긴 하겠죠?

강: 네, 세계가 일일생활권이니 뭐니 해도 그걸 누릴 사람은 적어도, 일자리는 생기겠네요.

샘: 또 더 생각을 해보면, 이건 어때요? 정부와 기업체의 고위층에 대한 접근도가 높아지면 모두에게 이익이 되지 않을까요?

강: 아, 전 그건 생각 않고 있었는데, 현장으로 급히 가는 데 도움이 되기는 하겠네요.

샘: 그러면 결국 초음속 항공기가 있기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에 공리주의적으로는, 개발해서 이용하는 쪽이 낫겠죠?

강: 음, 예. . . 뭐, 그렇지 않다고 하긴 힘들겠어요.

샘: 그런데, 어때요? 롤스의 정의론을 대입하면 어떤 생각이 가능할까요?

강: 글쎄요, 롤스라면 그걸 개발운항해서 최저수혜자층의 상황이 나아질 수 있는가를 따질 텐데, 이런 사안에 직접 적용하긴 뭣할 것 같긴 해요. 사회의 기본구조에 대한 이론이라는 게 롤스의 입장이라서요.

샘: 그래도 난 응용을 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중산층에서 이익이 되어도 최저수혜자층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거론해보는 건 좋을 것 같은데 말이죠.

강: 물론 롤스가 최저수혜자의 이익만 보호하라고는 않았지만, 정책적으로 이 분야에 정부가 지원을 할 때에 고려해 볼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샘: 그래요, 내 생각엔 전체복지총량, 평균복지, 국민총소득 같은 지표보다는 최저수혜자가 이 정책으로 어떻게 되는가를 보기 때문에 반대할 것 같아요.

강: 예 그렇게 보면, 공리주의와는 접근이 아주 다를 거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샘: 어떤가요? 철학자마다 각자 정립한 정의론에서 중요시하는 요인이 다르고 그에 따라 검토할 아젠다가 달라지는 것을 알겠죠?

강: 예, 선생님. 공리주의는 산출되는 행복의 양을 따지고 노직은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또 롤스는 자유의 존중과 아울러 최저수혜계층의 이익에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어요.

샘: 그렇죠?

강: 그런데 병원의 여러 의료직역에 속한 분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셨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그 분들이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질문을 하셨을지 궁금하네요.

샘: 음, 이런 이야기가 왜 닥터스 딜레마에 실렸는지 의아해하는 것 같은데, 혹시 그런가요?

강: 예, 사실 슬슬 그런 생각도 들기는 해요. 그렇지만 국가의 자원 활용 문제가 의료와 동떨어진 건 아니니까요.

샘: 그렇죠! 조만간 의료현실의 철학으로 가보자구요.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으며 보건학 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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