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 [Doctor's Dilemma]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하여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편집자주)

 

강: 5장 도덕적 갈등과 도덕적 선택, 스물다섯 번째입니다.

샘: 그동안 우리가 롤스와 노직을 비교하면서 여러 이야기를 했지만 노직의 핵심은 결국 이겁니다. 응보(desert) 개념, 즉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을 가지게 된 데에는, 어떤 의미에서건 응당 그걸 가질 만한 이유가 있어서인데, 이 개념을 지워버리는 이론이 틀렸다는 것입니다.

강: 그런데 그건 좀 납득하기 힘들어요.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롤스가 그 개념을 지웠다기보다는 오히려 제대로 살렸다고 볼 수도 있거든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은 우리 노력에 의한 부분도 있지만 운이 좋았던 부분도 있기 때문이라고, 롤스가 강조했으니까요.

샘: 그래요, 이제 나는 한발 떨어져서 이런 이론을 가지고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을 좀 해보고 싶어요.

강: 두 철학자는 사실 좀 거시적인 이야기를 했는데, 선생님은 이 이론으로 어떤 생각을 끌어가고 싶으신가요?

샘: 그래요, 둘 다 좀 거대한 목적에 대한 논증을 다르게 펼쳤어요. 롤스부터 정리를 해 볼까요? 헌법의 디자인이나 아니면 그 이상으로 기본적인 사회의 구조에 대한 이야기를 했죠.

강: 정의의 두 원칙에 입각해서 헌법을 만들고 그에 따라 입법을 하고 그에 따라 행정에 대한 윤곽을 짜고 집행을 하고 분쟁을 심리하고 조정하자는 식이죠?

샘: 노직도 그래요. 근본적인 관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실제로 원칙의 불이행이 일어나서 바로잡아야 하는 현실상황에 대해서는 뭔가 실질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요.

강: 그래서 무슨 말씀을 하시고 싶으신 건가요? 실제적인 문제에 대해 이 이론들이 쓸모없다는 이야기를 하시려는 건가요?

샘: 그렇습니다. 정의에 관한 이론에 대해 사람들이 무엇을 요청하고 있는지 보십시다.

강: 예, 선생님.

샘: 사회복지사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지금 가난한 흑인가족을 위해서 뭘 좀 도와주고 싶은데 상황이 이러저러하다고 하면서, 롤스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하라고 할지.

강: 예. 그래서 선생님은 롤스가 그런 문제에 대해선 아무 답도 안 준다고 하셨어요?

샘: 그렇죠. 그런 구체적인 데 대해선 뭐라고 해주는 말이 없다고 했지요. 심각한 장애를 가진 신생아에 대해서도, 의사들이 시간을 어떻게 분배해야 하는지도, 이런 문제 등등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건 없다고 했어요.

강: 노직에 대해서는 뭐라고 하셨어요?

샘: 노직도 마찬가지라고 했어요.

강: 그렇다고, 우리가 이 철학자들에 대해서 읽고 토론해도 실제적인 문제에 대한 통찰은 결국 얻을 수가 없다, 뭐 그런 말씀은 아니실 테죠?

샘: 그 이론들이 실제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도 원칙론적인 관점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보면 되는데 도움이 안 될 것은 없죠.

강: 네. 그러면요, 선생님, 구체적인 사례를 검토할 때 롤스나 노직의 이론을 원칙론으로 삼는 예를 하나 설명해주세요.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으며 보건학 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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