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 [Doctor's Dilemma]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하여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편집자주)

 

강: 5장 도덕적 갈등과 도덕적 선택, 스물 네 번째입니다. 지난 시간에 노직(Nozick)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요.

샘: 지난주 이야기에 등장한 윌트 챔벌린이 백만장자가 되는 다른 시나리오를 생각해봅시다.

강: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재주를 부리는 게 아니고요?

샘: 남의 주머니를 기가 막히게 잘 터는 기술로 돈을 벌었다고 해봐요.

강: 그래서요?

샘: 온전한 활동으로 거래를 해서 돈을 번 경우와 이번처럼 부당하게 돈을 번 경우에, 결과는 같지만 과정이 다른 것을 생각해보자는 겁니다.

강: 재화를 사람들이 소지한 현재 상태를 정의로운 상태로 만드는 재분배에 반대하는 노직이 현재 상태에 이르게 된 과정의 정의와 부정의를 따지고 있네요.

샘: 그렇습니다. 노직은 어떻게 현재 상태에 이르게 되었는가를 주목합니다.

강: 재미있네요. 왜냐하면 노직이 반대하는 롤스 역시 현재 상태에 이르게 된 것에 주목을 하거든요.

샘: 그렇지만 노직이 말하는 맥락은 달라요. 노직은 정의는 정부가 끼어들어서 나눠서 일정한 상태를 만드는 문제가 아니라 역사적인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강: 재화와 서비스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정의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군요?

샘: 그렇죠. 재화와 서비스가 이렇게 분배된 과정이 무엇인가의 문제라는 거죠.

강: 그 역사를 인정하는 부분이 롤스의 정의론에 없단 말씀인가요?

샘: 있나요?

강: 선생님 책에 그런 흔적이 없다고 쓰셨길래 좀 의아했어요.

샘: 그래요? 그게 무슨 뜻이죠?

강: 사실 지난 번 마지막에 절도와 횡령과 사기가 아니라도 부당할 수 있다는 말을 했어요. 기억하시죠?

샘: 그랬지요. 기억합니다.

강: 오늘의 소매치기 대마왕 윌트의 사례는 절도 사례라서 안 되고, 현재 소유가 절도나 횡령이나 사기가 아니라면 괜찮은데 왜 자꾸 정부가 재분배에 골몰하는가를 노직은 말하고 싶은 거잖아요?

샘: 그렇습니다.

강: 근데요, 선생님, 롤스는 현재의 소유가 절도와 횡령과 사기가 아니라도, 즉 도덕적 실패가 아니라도 부당할 수 있다고 했어요.

샘: 아하, 그 말을 하는군요.

강: 롤스는 우리가 정당한 역사를 거친 소유상황이라도 사실 거기에 자연적 제비뽑기가 작동했을 수 있다는 사실에 골몰하고 있으니까요!

샘: 그래요. 머리가 좋았거나 금수저로 태어났거나 그런 걸 노직은 부당한 걸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자발적인 정당 거래에 의한 결과는 언제나 정당한 겁니다.

강: 그러니깐요. 노직이 또, 가만 보니,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서도 이야기한 것 같은데, 시장자유주의 경제학의 밀턴 프리드먼과도 통하는 면이 있네요.

샘: 으음, 그런데요?

강: 밀턴이 정부개입에 의한 재분배에 반대하면서도, 현재 소유하게 된 재산이 부당하게 얻은 부분에 대해 개입하는 것은 반대하지 않으니까요.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으며 보건학 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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