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 [Doctor's Dilemma]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하여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편집자주)

 

강: 5장 도덕적 갈등과 도덕적 선택, 스물 세 번째입니다. 지난 시간에 노직(Nozick)의 정치철학 이야기를 하다가 끝났었는데요.

샘: 과격한 정부정책의 씨앗이 내포된 이론이라고도 했지요. 하여간에 정의(justice)에 대한 여러 가지 이론에 대해 잠시 멈춰서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포인트가 들어있어요.

강: 공리주의나 롤스 이론 말고도 모든 종류의 정의론에 대해서 말씀인가요?

샘: 그렇습니다. 그게 평등주의든 공리주의든, 다 말입니다. 일정한 패턴으로 분배를 하는 것을 다 반대하고 있어요.

강: 정의라는 것을 분배의 패턴들의 속성이라고 보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는 말씀이군요?

샘: 그렇죠. 강 선생이 개인의 자유를 존중한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리고 또, 강 선생이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대로 엄밀하게 분배를 이룬 이후로는 자신이 각자 소유한 것에 대해 권한을 각자가 정당하게 갖는 거라고 가정해봅시다.

강: 예.

샘: 이제 윌트라는 사람이 있는데, 이 자가 땅 위 3미터 위로 설치된 후프 안으로 공을 잘 넣는 재주를 가졌다고 해봐요.

강: 예, 그런데요?

샘: 사람들이 그걸 보면서 환호하고 계속 그걸 보고 싶어한단 말이죠.

강: 돈 받고요?

샘: 돈을 내라고도 안 했는데 돈을 내고라도 그 구경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정말 많아요!

강: 부의 일부를 윌트에게 기꺼이 이전시키면서까지 말이죠?

샘: 그래요, 자발적으로! 노직은 그러한 ‘개인간 거래들’을 놓고 볼 때, 정부의 여하한 재분배 정책은 그것에 대한 막중한 간섭 내지 침해라고 말합니다.

강: 예. 관람료로 조금씩만 내도 보려는 사람이 많으면 윌트는 부를 축적할 수 있겠네요.

샘: 그렇죠. 그것도 재분배인데 이 경우는 정당하게 자기 소유의 부를 가진 사람을 사이에서 자발적인 행위에 따른 재분배라는 게 다른 거죠.

강: 예, 그 재분배 결과 구경한 사람들의 부는 조금씩 줄어들고 윌트는 백만 달러를 쥐게 되겠네요!

샘: 어떤 식으로든, 일정한 패턴의 분배를 정의롭다고 이론을 세우는 순간, 이후의 재분배는 정의롭지 않게 된다는 데에 주목했어요.

강: 그래서 자발적인 거래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를 구조화하게 되는 거라는 거네요. 그래서 결국 개인의 자유를 존중한다는 입장에 모순을 초래하겠네요.

샘: 그렇죠, 개인의 자유에 대한 우리의 신념과 양립불가능하게 되는 거라고 했어요.

강: 그러니 여하한 정의로운 재분배를 주장하는 순간, 폭압적 정치체제를 옹호하는 것이 되어버린다는 거네요?

샘: 그렇죠.

강: 저는 꼭 절도나 사기나 횡령이 아니라도 우리의 소유가 과연 정당한가를 계속 묻고 싶어집니다.

샘: 그래요? 역사적으로가 아니라도 부당할 수가 있단 말이로군요?

강: 예.

샘: 그래요. 다음에 계속 이야기해봅시다.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으며 보건학 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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