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 [Doctor's Dilemma]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하여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편집자주)

 

강: 5장 도덕적 갈등과 도덕적 선택, 스물 두 번째입니다. 지난번엔 롤스의 차등의 원칙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끝났는데요.

샘: 롤스가 불평등을 옹호하는 경우는 단 하나, 최저수혜자에게 이익이 되는 경우뿐이에요. 전체의 복지의 총량이나 평균을 높이는 경우가 아니라는 게 중요합니다.

강: 예, 선생님! 그러면, 롤스는 이쯤하고 현대정치철학사의 두 번째 사건으로 넘어가 볼까요?

샘: 그럽시다. 로버트 노직(Robert Nozick) 이야기를 해 봅시다.

강: 공리주의만이 아니라 롤스에 대한 비판이기도 했죠?

샘: 노직은 예외적인 경우를 빼고는 누구나 자기 소유에 대한 권한을 가진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죠.

강: 그러니까, 정직하게 획득한 것이면 자기 것이 되고 그걸로 뭘 하든 국가도 상관할 수가 없다는 거죠?

샘: 그렇습니다. 여기서 다른 사람들의 고통은 상관이 없다는 뜻입니다.

강: 근데 정직하게 획득했다는 것이 무엇인가요? 절도나 사기나 횡령이 아니라는 것인가요?

샘: 그렇죠. 정부 정책에 의해서 부나 재화를 재분배하는 것은 개인의 권리에 대한 부당한 침해로 보는 거죠.

강: 예. 그렇다고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재분배 조직에 기여할 자유에 대해서까지 뭐라고 하지는 않죠?

샘: 그야 물론이죠. 그가 말하는 유토피아는 무정부에 가까운 최소국가에요.

강: 소유의 획득과 이전이 정당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고 부당하게 취하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적절하다고 보기 때문에 무정부는 아니라고 하셨네요.

샘: 자유방임적인 자유기업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노직의 견해에 적극 찬성하겠지요.

강: 그런데 그들이 노직의 이야기를 세심하게 살펴보지 않는다는 말씀은 무슨 뜻인가요?

샘: 교정적(corrective) 재분배라는 개념이 노직의 이론에 있어요.

강: 아, 현재 소유상황을 제대로 고치는 정부 조치 말씀인가요?

샘: 지금 소유하고 있는 것들을 어떻게 소유하게 되었는지 역사를 검토하면 정당한 소유가 거의 없다는 게 분명해집니다. 미국의 영토, 노예노동, 사기 등등. 그러니까 노직의 이론 안에는 정부가 시행하는 재분배를 옹호하는 급진적인 견해의 씨앗이 들어있어요.

강: 그런 과감하고도 극단적인 정책을 이야기했다는 사실에 놀라서 노직의 책을 살펴봤어요. 그런데 그보다도 제가 다시금 생각한 것은 정치철학이라는 분야의 본질이에요. 국가의 존재와 형태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 말이에요. 국가가 존재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국가의 형태에 대해서도 주어진 그대로 전제하고 생각하곤 하지만, 국가가 어떻게 생겨났는가, 왜 생겨날 수밖에 없었나를 따지고 드는 것만으로도 현실을 새롭게 볼 수도 있으니까요.

샘: 근데 말이죠. 급진적인 그 견해에 대해 어느 정도 세세하게 정리를 해 주었으면 좋았는데 그렇게 하지를 않았어요.

강: 예. 암튼 노직의 [무정부, 국가, 그리고 유토피아] (<자유주의의 정의론>(대광문화사, 1991), [아나키에서 유토피아로](문학과지성사, 1997))를 살펴볼 기회를 주셔서 좋았어요.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으며 보건학 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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