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 [Doctor's Dilemma]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하여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편집자주)

 

강: 5장 도덕적 갈등과 도덕적 선택, 스물 한 번째입니다. 지난번엔 공리주의에 대한 반박으로 획기적인 롤스의 정의론에서 정의의 두 원칙을 살펴보다가 끝났어요.

샘: 롤스의 차등의 원칙이 실제에서 어떤 의미인지 봐야 한다고 했죠!

강: 간단한 예를 하나 들어서 설명해주세요.

샘: 그러죠. 이전에는 사람이 살지 않던 고립된 섬이 있는데, 여기에 사람들이 정착해서 살기로 한다고 해 봐요. 사회질서를 세워야 하겠죠?

강: 예, 선생님.

샘: 사람들이 내린 배는 난파당했는데 어찌어찌해서 말 한 마리가 살아남았다고 해봐요. 이 말을 누가 갖는 게 맞을까요? 자, 평등주의자라면 어떻게 답할까요?

강: 이미 누구 소유는 아니란 말씀이죠?

샘: 그래요. 그렇다면요?

강: 그러면 누구나 말을 사용할 권리를 똑같이 갖고 있다고 주장할 테니 시간을 똑같이 정해서 말을 타든지 하지 않을까요?

샘: 그렇겠죠, 근데 거기에 대해 롤스가 반대를 하겠죠?

강: 정의로우면서도 더 좋은 대안이 있을까요?

샘: 의사도 한 명 살아남았다고 해 봅시다.

강: 예, 흐흐, 선생님.

샘: 이 의사한테 말을 주면 어때요?

강: 그 말씀 하실 줄 알았어요. 물론 정착민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겠네요.

샘: 평등에서 벗어난 대안인데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사례입니다.

강: 예, 의사가 걸어서 다니는 것보다 말을 이용해서 왕진을 간다면 모두에게 의료접근성이 좋아질 테니까요.

샘: 보세요. 어때요? 특히 지병이 있고 일을 못하시는 분들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배분이죠?

강: 의료적으로 최저수혜자들에게 말씀이죠?

샘: 그렇습니다. 이게 누구나 선호할 수 있는 대안이니 평등에 어긋나지만 모두가 합리적으로 동의할 수 있겠죠?

강: 합리적이고 자기이익을 보호하려는 모든 사람이 롤스가 말한 차등의 원칙을 기꺼이 수용하지 않겠느냐는 것을 이런 식으로 설명하셨군요?

샘: 불평등이 꼭 형평에 어긋나는 건 아니라는 거죠.

강: 그리고 그게 최저수혜자에게 가는 이익을 최대화시켜준다면 정당화가능하다, 이 말씀이죠?

샘: 그렇습니다. 사실 이건 롤스의 정의론을 그저 흘끗 본 것에 지나지 않아요.

강: 그래도 평등주의 정의론과 비교할 수 있게 하셨어요.

샘: 롤스의 이 대안만 가지고 보면, 혹자는 롤스가 공리주의자 아니냐고 할 수도 있어요.

강: 아하, 네. 불평등하지만 사회 전체에 이익이 되는 대안이라는 논리로 그럴 수도 있겠네요!

샘: 그렇지만 그런 해석은 롤스가 반대하겠죠?

강: 모두에게 이익이 되기 위해 최저수혜자의 상황을 더 나쁘게 하는 대안은 공리주의가 옹호할 수 있지만, 롤스는 차등의 원칙으로 그걸 반대하겠네요, 선생님.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으며 보건학 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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