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는 이유가 뭐예요?”

이 물음은 ‘어떤 카메라가 좋은 거예요?’ 다음으로 지인들께서 많이 하는 질문입니다.
그러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로 답을 대신합니다.

[한참을 작은 꽃과 벌레를 촬영하고 일어나니,
연로하신 부부 두 분께서 계속 저를 보고 계셨더군요.
“사람이 말을 하면 들어야지? 뭘 물어봐도 대답이 없으셨어.”
머리를 긁적거리는 제게 그 분들이 웃으며 다시 반 물음을 하십니다.
“사진 찍는 게 그리도 좋소? 당신 표정이 세상을 다 가졌습디다. 허허허”]

작은 곤충을 찾는 것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찾은 곤충을 촬영하는 것은 또 많은 집중력이 요구됩니다.
집중하고 촬영하는 순간에 얼굴에 나타나는 희열은 자신뿐만 아니라
보는 사람도 즐겁게 해주는 듯합니다.
아마추어에게 사진은 짧은 순간이나마 세상을 전부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오늘 꽃등에 사진은 마크로 컨버터라는 피사체를 확대해주는 기능을 가진
필터 형태의 렌즈를 끼우고 촬영한 것입니다.
몸통에 나 있는 솜털뿐만 아니라 꽃술에 붙어있는 화분들까지 선명하게 찍혔지만,
주변주는 흐릿해서 피사체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해줍니다.
주변부가 더 선명했더라면 아마도 꽃등에로 가는 시선이 덜했겠지요.

▲ 16. 꽃등에 간이접사   [SIGMA dp3 Quattro : 50mm  F8  1/160sec : x3 Macro converter] - 2016년 웹 갤러리 https://photo.popco.net/timefixer
▲ 16. 꽃등에 간이접사 [SIGMA dp3 Quattro : 50mm F8 1/160sec : x3 Macro converter] - 2016년 웹 갤러리 https://photo.popco.net/timefixer

 

● 초점(焦點, Focus) 이야기 (VII)

눈이 빠질 만큼 집중해서 초점을 맞추었는데도 사진들이 흐려져 보일 때가 있습니다. 사진이 흐린 이유는 ‘마음이 흔들려서’라는 우수개소리도 있습니다만, 카메라와 렌즈 사이에 핀 문제가 없는데도 흐린 사진을 얻는 경우는, 보통 모션 블러(motion blur)라고 하여 피사체가 움직임이 있는데 촬영했을 때 나타나기도 하고, 핸드 블러(hand blur)라고 하여 촬영 순간 카메라가 움직였을 때 나타납니다.

모션 블러나 핸드 블러가 모두 안 좋은 것은 아닙니다. 모션 블러는 일부러 ND필터 등을 이용한 저속 셔터속도 조절을 통해서 동적인 상황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위 아래로 혹은 좌우로 카메라를 흔들어서 촬영하면 그림 같은 사진이 찍히기도 합니다.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를 빠른 속도로 포커싱을 한다면 흔들린 사진은 나오지 않겠지요. 파인더 상의 아주 빨리 움직이는 피사체를 쫒아가면서 초점을 정확히 잡아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충족되어야할 조건들이 있습니다.

낮은 조도에서도 빠른 셔터스피드로 촬영이 가능한 밝은 렌즈와 카메라의 AF검출 능력, 높은 ISO에서도 좋은 화질, 일순간도 피사체를 놓치지 않고 계속 쫒을 수 있는 뷰파인더(미러리스 카메라에서) 등등. 이러한 기능을 가지고 쉽게 촬영이 가능할수록 카메라 가격은 점점 상승합니다.

낮은 조도와 복잡한 조명이 얽히는 가운데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가 있는 공연 사진의 경우는 웬만큼 강력한 기능으로 무장된 카메라가 아니면 촬영이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촬영 후 즉시 현장 확인이 가능한 요즘 디지털 카메라 시대와는 달리, 촬영 며칠 후에야 결과물 확인이 가능했던 필름 카메라 시절에도 좋은 공연 사진이 많은 것을 보면, 사용자의 숙달 능력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반증이기도 하겠습니다.

 

 

한진규 원장 (시간고정자 / Time Fixer)
제1회 치의미전 사진부문 특선(2013)
시그마하늘사진공모전 대상(2014)
제2회 치의미전 사진부문 1등(2016)

저작권자 © 덴탈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