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 [Doctor's Dilemma]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하여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편집자주)

 

강: 5장 도덕적 갈등과 도덕적 선택, 열아홉 번째입니다. 지난주에는 공리주의자 밀(Mill)이 말하는 정의(justice)에 대해 이야기하였는데요.

샘: 이번엔 그걸 비판하는 입장을 보기로 했죠.

강: 예. 밀의 윤리학에서 정의란 사회적 이익에서 파생되는 가치라는 이론을 정립하고 있어서 공리와 정의가 상충하는 일이 없게 되어있는데, 다른 학파의 윤리학자들은 공리주의의 정의론을 따진단 말씀이죠?

샘: 이런 예를 들곤 하죠. 어떤 외과의사에게 다섯 명의 환자가 있어요. 각기 다른 장기의 손상으로 죽음에 임박한 환자들인데 이식 장기가 여의치 않았어요.

강: 예. 그런데요?

샘: 마침 응급실에서 콜이 와서 이 외과의사가 달려갔더니, 큰 사고로 중태에 빠진 손상환자가 실려와 있었어요.

강: 이 환자에게서 장기를 얻어서 아까 다섯 명의 환자에게 이식하면 다섯 명을 살릴 수 있다는 시나리오 말씀이죠?

샘: 그런데, 이런 가정을 해봅시다. 외과의사가 일부러 손상환자를 치료해서 회복시키지 않는 경우 말입니다.

강: 공리주의적인 이론으로 똘똘 뭉친 의사로 만들잔 말씀이군요? 동시에 공리주의를 곤경에 빠뜨리고요? 의무론자의 입장에서는 그건 절대 안 될 일이고요. 설령 평소에 공리주의적인 윤리이론으로 무장한 의사라고 해도 꼭 그런 가정을 하시겠어요, 선생님? 일단 형법상으로도 문제가 있잖아요?

샘: 법적인 문제가 있고말고요. 그걸 잘 우회한다는 가정을 해 보자는 거죠.

강: 예? 암튼, 그래서요?

샘: 그 상황에서 공리주의는 이 의사에게 한 명의 손상환자에게서 장기를 얻어 다섯 명을 살리라는 요구를 할 것입니다. 동시에 이 손상환자의 권리를 침해한 분명히 부정의한 행동을 저지르는 것이기도 하고요.

강: 이 상황에서 공리주의자가 아무 말 없이 인정하지는 않을 테죠?

샘: 그렇죠, 공리주의를 옹호하는 입장에서는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강: 선생님 말씀이 맞다, 아니다, 둘 중 하나겠죠?

샘: 그렇죠. 첫째로, 이 사례는 공리주의를 오해해서 만든 사례라고 반박할 수 있어요. 아니면, 이 사례를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의사의 행동이 공리주의에 부합하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할 수 있겠죠.

강: 우리가 그 의사의 행동을 부정의한 행동으로 보는 데 대해서는 뭐라고 하나요?

샘: 공리주의를 진정 도덕적인 입장이라고 포용하지 못하는 무지몽매함을 탓하겠지요.

강: 이런저런 비판도 있었지만 지난 세기 대부분 우위를 점한 도덕이론이었다고 쓰셨더군요.

샘: 사실이 그러니까요. 그걸 대체할 효과적인 이론을 비판가들도 내놓지를 못했거든요.

강: 사회전체의 이익이라는 것을 내세우는 데에는 다른 대안이 있기가 힘드니까요.

샘: 그렇습니다. 그러다가 정치철학에서 이 판도를 흔드는 일이 일어나죠!

강: 다음에 말씀해주세요.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으며 보건학 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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