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 [Doctor's Dilemma]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하여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편집자주)

 

강: 5장 도덕적 갈등과 도덕적 선택, 열여덟 번째입니다. 지난주에는 완벽주의 도덕이론 중에는 인성계발과 관련되는 이야기가 있고 그렇지 않고 완벽한 있어야한다고들 생각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는 데에까지 갔어요.

샘: 이제 정의의 문제로 가기로 한 거죠?

강: 예, 저 때문에 옆길로 새버렸어요. 소수의 엘리트들의 이익에 기여해야 한다는 구식 완벽주의 이론을 말씀하시면서 이건 도덕이론으로서의 일차적인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다고 하셨거든요.

샘: 그랬죠.

강: 그 때 곧바로 그 이론은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대목으로 넘어가실 참이셨는데.

샘: 그래요. 내가 말한 완벽주의 이론은 이미 부정의하다고 볼 수가 있으니까요.

강: 그렇지만 정의가 무엇인가라는 문제도 옳은 행위가 어떤 것인가라는 문제만큼 정식화하기 어렵다는 걸 선생님도 인정하시죠?

샘: 그럼요, 물론이죠. 플라톤의 <국가The Republic>를 봐도 정의롭다는 게 뭔가가 주요 주제인데, 사실 정의는 여러 가지로 정의할 수 있죠. 그게 곧 여러 가지 정의론이고요!

강: 선생님은 또 의료에서의 정의, 의료전달에서의 정의를 생각할 수가 있다고 하셨죠?

샘: 그러니 국가편만큼 장황하지는 않더라도 정의가 무엇인가를 좀 다루어야겠어요.

강: 하하, 예. 저는 문득 <정의란 무엇인가>라고 마이클 샌델의 책이 떠오르네요.

샘: 하여간 난 역사적 순서대로 세 가지 정의론을 살펴보았어요.

강: 우선 공리주의자 밀(JS Mill)부터 시작하셨죠?

샘: 일단 공리주의에서는 정의가 윤리적으로 일차적 가치가 아니에요.

강: 그게 무슨 뜻인가요? 부차적인 가치라는 말이요.

샘: 그게 무슨 말이냐면, 정의의 원칙은 다른 게 아니라 오랜 세월동안 사람들이 공리주의적인 방식으로 행동하는 데에 중요한 것이라고 배워온 행동지침이라는 거죠.

강: 말씀인즉, 공리주의적인 행동이 정의롭다는 식으로 들리는데요.

샘: 예를 들어봅시다. 사회적으로 이익이 없지 않더라도 무죄라고 알고 있는 사람을 처벌하는 것은 부정의하다고 하죠?

강: 예, 선생님. 근데요? 결과적으로 사회적인 이익이 있으면 무죄인 사람도 처벌하는 것이 공리주의 아니냐고 반대쪽에서 반박할 것에 미리 선수 치는 것 같이 들리는데요.

샘: 하하. 근데 그게 사실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행복을 극대화하는 데에는 죄 있는 자만 처벌하는 것이 좋다는 존중한다는 사실의 반영이라는 말이죠.

강: 그래서요? 아하, 사회적 이익이 결국 일차적이고 정의는 그에 따르는 거란 말씀이로군요!

샘: 그렇습니다! 밀의 입장에서는 정의라는 것도 결국은 공리주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이차적인 가치라는 거죠.

강: 예. 그러면 다음엔 이런 공리주의의 정의론을 비판하는 입장으로 가보기로 하죠.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으며 보건학 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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