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 <Doctor's Dilemma>의 내용을 강명신 교수가 저자인 철학자 고로비츠 교수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각색하여 세미나비즈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편집자주)

 

강: 5장 도덕적 갈등과 도덕적 선택, 열네 번째입니다. 지난주에는 비결과주의의 대표이론으로 칸트의 도덕이론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요.

샘: 그렇습니다. 결과 때문에 옳고 그른 행위가 결정되는 게 아니라 그 자체로 옳거나 그른 행위가 있다든지, 또, 어떤 행위든지 나만 하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다 한다고 생각을 해 보고 말이 되는지 봐야 한다든지, 그런 이야길 했죠.

강: 예, 의무이기 때문에 행위를 (하고자 하는 의도로) 한 경우와 그게 아니라, 하고 보니 의무에 부합하는 경우가 있을 때 전자만이 도덕적 가치가 있는 행위라고 했고요.

샘: 의무나 도덕률을 준수하려는 자율적인 의지가 있다고 본 거죠. 또, 칸트는 두 번째로 다른 사람을 수단으로만 대해서는 안 되고 언제나 목적으로도 대하라고 했어요.

강: 지난 번 그 사례, 약속 깨는 사례로 설명해주세요.

샘: 내가 약속을 깨는 이유가 내 이익 때문이라면, 내 목적을 위해서 다른 사람을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되는 겁니다.

강: 다른 사람을 목적으로 존중하지 않는 거란 말씀이죠?

샘: 그런 경우는 결과가 어찌 되었든지 간에 언제나 그른 행위라고 합니다.

강: 그러면 절대로 다른 사람을 수단으로 사용해선 안 된다는 건가요?

샘: 그건 아니에요. 집에 페인트칠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면 내 목적으로 위해 다른 이를 수단으로 쓰는 거죠.

강: 그렇지만 그에게 강제로 시킨 게 아니다. 그래서 괜찮다는 거죠?

샘: 그렇죠, 내 기대와 그의 기대가 맞물리도록 그의 수고를 내가 샀으니까요.

강: 자유롭게 요청에 동의할 수도, 거부할 수도 있으니까요!

샘: 그러니까 자율적인 행위주체로 그를 인정한 거죠.

강: 그에게 강제로 시켰다면요?

샘: 그를 인격으로 존중하지 않고 물건처럼 사용하는 게 되죠.

강: 왜 이렇게 대우하는지 되물을 수 있는 여지가 늘 있어야 하는 거네요?

샘: 그렇죠.

강: 아주 엄격한 이론인 것 같아요.

샘: 거짓말 하지 마라. 약속을 늘 지켜라. 사람의 존엄성을 침해하지 마라. 이런 도덕률은 특별한 상황에서 유보하거나 할 수 없는 도덕적 의무입니다.

강: 그렇지만 딜레마 상황이란 게 늘 발생을 하는데도 말인가요?

샘: 예를 들어봅시다. 약속을 지키려면 거짓말을 해야 한다면?

강: 예에?

샘: 그래요, 어쩌다보니 예기치 않게 그런 상황에 처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강: 둘 중 어느 의무가 중한지 따져볼 것 같은데요?

샘: 칸트라면 뭐라고 했을까요?

강: 두 가지 의무 사이의 갈등상황이니 칸트도 대책이 없었을 것 같은데요.

샘: 칸트는 약속을 지키느냐, 이기적인 이유로 약속을 어기느냐의 갈등이라고 봅니다.

강: 약속을 지키느냐, 정직을 지키느냐 그게 아니라요?

샘: 그렇습니다.

 

 

강명신 교수는 연세대 치대를 졸업했으며 보건학박사이자 한국의료윤리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와 서울대를 거쳐 지금은 국립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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