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는 지난 8월 사설을 통해 GEBN(Global Energy Balance Network)라는 ‘비영리’ 비만연구기관이 코카콜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보도 직후 보건관련 전문가들로부터 비난이 쏟아졌다. 하버드 보건대학원의 영양학과장은 36명의 과학자가 서명한 레터에서 코카콜라와 GEBN이 과학적 넌센스를 유포했다고 비난했다. 폭로 직후 수백만 달러의 지원을 받았던 미국소아과학회와 영양식이학회도 관계를 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일이 이렇게 되었음에도 GEBN의 회장은 코카콜라로부터 지원만 받을 뿐 아무런
지난 8월 치과의사들이 권한다고 치실을 써봐도 구강건강에 딱히 좋을 게 없다는 근거가 나왔다는 글이 뉴욕타임스에 실렸었다. 2012년 코크란 리뷰에 실린 내용에 따른 보도였는데, 12건의 랜덤화임상시험(RCT) 결과를 메타분석해서 리뷰한 결과였다. 불소치약 칫솔질만 한 경우와 여기에 치실질(flossing)을 더 한 경우를 비교한 RCT 들이었고 결과는 1개월 후와 3개월 후에 치태의 양과 치은질환으로 보았다.그런데 리뷰 결과 치은 출혈은 줄어들었다는 증거가 있지만 치태량의 감소에 대한 증거는 약하고 신뢰도가 적었다. 치태량의 감소
캐나다 밴쿠버 시의 Downtown Eastside에는 Insite라는 ‘마약을 합법적으로 주사할 수 있는 시설’이 있다. 소위 ‘supervised injection facility’이다. 하루 평균 800명의 중독환자가 자기 약을 들고 오전 8시 30분에서 오후 4시까지 세 번 방문한다. 간호사는 새 주사기를 주고, 환자는 개인 부스로 들어가서 약을 직접 주사한다. 간호사는 그저 주사기를 주고 지켜보기만 하지 않는다.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격려하고 응원하고 중독치료에 도움을 준다.이 사업의 발단은 1990년대 6년 사이에
연간 교통사고 사망건수보다 마약과 용량에 의한 사망건수가 많은 사태를 마약위기로 규정하고 연방정부가 뒤늦게 나섰다. 첫째, 진통제 처방에 대한 국가지침을 내놓았다. 둘째, 특정 마약성 진통제에 새로운 경고 라벨을 요구했다. 셋째, 과용량을 예방하고 약물의 불법 판매를 막기 위한 시설 및 사업 예산을 추가로 요구했다.지난 3월 미국 질병관리본부는 진통제 처방에 대한 지침을, 수개월 간의 다자간 논의 끝에 발표했다.지침에 의하면 통증 치료에 처음에는 이부프로펜과 아스피린을 사용하고, 단기통증에 대한 마약치료는 3일 동안, 그리고 예외적
1940년대 곰팡이가 스스로를 보호하던 물질로 세균을 막아내는 항생제를 만들었지만 항생제 시대의 종말이 올 수도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경고한 포스트 항생제 시대(post-antibiotic era)란, 그 어떤 항생제로도 치료가 안 되는 세균과 마주하는 시대다. 임질치료제인 3세대 세팔로스포린 제제, E. coli에 의한 요로감염의 경구치료제인 fluoroquinolones,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발생하는 감염의 병원균인 Staphylococcus aureus의 치료제 등에 대한 내성이 문제이다.최근 들어서는 superbug로 알
암이나 심장질환, 당뇨 등이 생활습관과 관련돼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때문에 역학적 결과가 학계의 움직임만이 아니라 지자체 보건당국의 정책초점도 바뀌고 있다. 지역 보건당국이 예전에는 콜레라나 결핵 등 감염성질환에 주안점을 두었는데 이제 생활습관질병인 만성질환의 예방을 통한 기대수명의 증가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블룸버그 시장 재직 시절부터 이후 뉴욕 시는 이런 움직임이 가장 활발했다고 평가받는데, 이런 시정운영은 건강에 나쁜 선택을 어렵게 하는 환경의 변화를 통해서 생활습관질환을 줄일 수 있다는 개념에 따른 것이다.2014
인간의 뇌를 모방하는 인공지능기술이 진일보했다. 체스보다 복잡하고 섬세한 바둑에서 사람을 상대로 이기는 것을 10년 뒤로 내다봤었는데, 작년 10월 유럽 바둑챔피언 Fan Hui를 5대 0으로 누르더니, 이번에는 이세돌을 이겼다.게임 직전, 이세돌은 바둑에서 이기려면 직관력이 필요한데 컴퓨터가 그런 훈련을 받지 않았을 테니까 본인이 이길 거라고 이야기했었다. 최근 뉴욕타임스에 이 알파고라는 게임소프트웨어가 이긴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놓고 벌인 토론이 게재됐다.알파고는 일종의 다목적 알고리듬에서 시작한 기술인데, 이 알고리듬은 시
인류가 만든 경이로운 물질이 플라스틱이다. 나무처럼 젖지 않고 유리나 철처럼 무겁지도 않고 무엇보다 내구성이 놀랍다. 교통수단의 무게를 줄여서 연료소비를 감축시키니 환경에 이로운 점도없지 않은 이 물질, 플라스틱을 우리가 처분하는 방법이 큰 문제다.플라스틱 문제는 쓰레기 문제다. 특히, 해양의 플라스틱 오염은 기후변화와 함께 지구가 당면한 문제라고 하는 과학자들도 많이 있을 정도이다.1950년대에 등장해 60년대 이후로 생산과 소비가 급성장해 온 플라스틱은 세계적으로 현재 연 3억 톤이 생산되고 있다. 이 중 절반이 한 번 쓰이고
“앞으로 연구하게 될 때를 대비해서 환자분의 조직 샘플을 저장해두려고 합니다. 어떤 연구에서 어떻게 쓰이게 될지 지금 당장은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연구목적으로 환자분 의무 기록을 다른 연구자들과 공유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프라이버시 보호 조치는 취할 것입니다. 또 연구를 위해서 다시 연락을 드릴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해도 되겠습니까?”앞으로는 이렇게 동의를 구해서 저장한 조직 샘플만을 연구에 이용할 수 있게 될 것 같다.동의서 양식에는 그 조직을 이용한 연구로 상업적 이익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적고 생긴 이익에서 환자에게
의사를 키우는 교육과정에서 의료계의 다른 직역이 될 학생들과 함께 토론하고 배우는 ‘직역간 통합교육(IPE, InterProfessional Education)’에 대한 연구는 꽤 축적돼 있다. 그런데 미국에서 큰 사업으로 시범운영이 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문제중심학습(PBL, Problem-Based Learning)이 의과대학 교육과정에 도입되고 시행된 지 오래 되었지만 간호학과 학생이나 사회복지학과 학생과 그룹프로젝트를 하면서 배울 기회는 거의 없었다. 이런 교육방식은 팀워크와 소통과 리더십의 증진은 물론이고, 넓게 보면 환자
미국에서 대학생 자살이 쟁점이 되고 있다. 엘리트 대학교에서 더 많다는 증거는 없다. 다만 부모의 양육 방식이나 교육 제도, 미국 특유의 성취와 긍정의 문화 외에도 청년들의 실수에 대한 태도와 SNS 셀피(selfie)가 자살에 기여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2013년과 2014년에 걸쳐 13개월 사이에 6명이 자살한 펜실베니아 대학교 한 여학생의 자살에 관한 기사가 실려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그녀는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했지만 주변에 온통 대단한 아이들뿐인 것 같았다. 자신감이 꺾였다. 매일 아침 학교 이메일을 열면 어떤 교수가
2018년 6월 18일 이후엔 미국에서 트랜스 지방이 사라질 전망이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식물성 기름, 라아드(돼지기름), 버터보다도 저장기간이 길어서 보관이 용이하고, 비용도 훨씬 저렴한 마가린과 쇼트닝을 식재료로 많이 사용해왔다. 그런데 이것들을 가까운 미래에는 사용하지 않게 된다는 소식이다. 지난 6월 미국 FDA가 식품업계에 앞으로 3년의 기한을 주면서 식품에서 트랜스지방을 제거하도록 했기 때문이다.식품업계가 만들고 사용하는 트랜스지방의 주 원료는 PHO(partially hydrogenated oils)다. PHO의 원료로
Precision medicine? 맞춤형 의료라는 뜻으로 personalized 또는 individualized medicine이라는 말이 혼용되고 있지만, 미 국립연구위원회는 국제질병분류(ICD)에 이은 차세대질병분류를 위한 연구보고서에서 다른 두 용어는 자칫 문자 그대로 환자에게 유일한 약이나 기기를 개발하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오해되기 쉬워 precision medicine이라는 말로 쓰기로 했다. 여기서 precision은 통상적인 용례대로, 측정시스템의 측정치가 참값에 가깝다는 뜻의 accurate, 측정조건이 변하지 않
미국 NIH 산하 NIA(National Institute on Aging)에서 시행하는 Health and Retirement Study에 의하면 2000년 사망자의 47%가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둔 것으로 조사됐으며, 2010년엔 그 수가 72%로 증가했다. 1990년 의회가 환자자기결정권법(PSDA, Patient Self-Determnination Act)을 통과시킨 이후, 의료계와 소비자단체가 사전의료의향서(AD, Advance Directives) 캠페인을 벌여 성인이면 누구든지 작성해서 가족과 의사에게 주라고 했다.
체세포가 아니라 난자나 수정란, 배아의 지놈을 편집하면 그 결과가 미래세대로 이어진다. 지놈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변이유전자 부분을 잘라내는 편집 기술, 이른바 ‘지놈 편집을 이용한 생식세포 유전자변형(germline modification)’ 기술이 문제가 되고 있다.1980년대 후반 오사카 대학교 연구에서 의문을 제기했던 ‘특이하게 반복되는 DNA 염기서열’이 ‘clustered regulator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라고 불린다(Crispr). 치즈나 요구르트를 만드는 세균 배양액
지난 호에 이어 ▶ SHM의 학회지인 Journal of Hospital Medicine에 기재된 대로 1978년 조사에서 일차의료의사의 시간 중 입원환자진료로 병원에서 보내는 시간은 40%로 입원환자는 10명 수준이었음에 반해, 2001년에 10%로 실제 입원환자는 1~2명에 불과했다. 이렇게 되자 일차의료의사들이 클리닉 진료에 집중하는 쪽을 택했고 입원환자진료는 호스피탈리스트 인력으로 대체되었다.호스피탈리스트는 90% 가까이 일반내과전문의들이다(2009년의 경우 내과전문의 과정을 마치면 21%가 클리닉으로, 10%가 호스피탈리스
뉴욕타임스에서 활동하는 의사 블로거인 다니엘 오프리(Danielle Ofri)는 입원환자를 진료할 때 자신을 ‘호스피탈리스트(Hospitalist)’라고 불리는 것을 다소 거북하게 느꼈었다고 한다. 단어에 ‘병원’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의사 생활을 시작했을 땐 여느 미국의 의사들과 마찬가지로 개인 클리닉과 병원을 조석(朝夕)으로 오가던 시절이 있었다.개인 클리닉에서 일하면서 필요하면 환자를 병원에 입원시키고 아침 일찍 병원에 가서 회진하고 다시 클리닉으로 돌아와 꽉찬 외래진료 스케줄을 종일 소화해야 했다. 클리닉에 있는 동안
지난 호에 이어 ▶전공의 수련기간을 단축하자는 안도 있다. 미국에서는 현재 학부와 의대, 전공의와 세부전문분과 펠로우 과정을 다 더해서 보통 14년이 걸리는데 이를 10년으로 줄여 총 기간을 30% 줄이자는 것이다.이미 2012년 3월 JAMA에 의료윤리학자 에마누엘과 보건경제학자 훅스(V. Fuchs)가 기고한 바 있다. 의대생 입장에서 빚도 문제지만 의사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자는 생각이다. 메디케어 예산이 줄면서 메디케어에서 지원되는 수련지원금도 줄어들 것을 감안한 것이기도 하다.수련 기간을 줄이면서 3년차의 연구년은 대학에
오바마 케어로 늘어나는 의료보험 신규가입자를 감당하기에는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접근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일차의료의 확충이 큰 쟁점이 되고 있다. 현재 미국민의 20% 정도는 일차의료의 접근도가 부족한 곳에 거주하고 있다.연방정부에 따르면 의료인부족지역(HPSA; health professional shortage area)이란 일차의료 의사와 치과의사, 정신과 의사의 1인당 각각 인구가 3,500명, 5,000명, 3만명이 넘는 곳으로, 2020년이 되면 일차의료 의사가 4만 5,000명 모
지난 호에 이어 ▶의대생들의 가장 큰 스트레스이기도 한 부채 문제와도 결부된다. 2011년 조사결과 전체 의대생 64%가 10만달러 이상의 빚을 안고 있으며, 빚이 있는 학생들의 평균 부채는 15만달러에 이른다. 의대 재학 기간을 한 해 줄이면 빚을 3~5만달러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전공 선택에도 영향을 주어 2012년 AAMC 조사에서도 졸업자의 반이 그렇다고 답했다.2013년 NYU 의대에서는 150명 중 10% 정도인 16명을 3년 MD 과정으로 등록시켰다. 이 학생들은 미리 전공을 정해 전공의 과정을 보장받고 멘토가